에디터 홍문정 |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전 대표

게임셧다운제도로 인해 많은 청소년들이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어마어마한 성인지 예산을 여가부가 낭비하고 있다', '여가부는 하는 일이 없다', '여가부의 일은 이미 다른 부처에서도 하고 있으니 이관해야 여성폭력피해자, 아동청소년 지원 등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등 다양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거짓말입니다. 진실을 왜곡하거나 호도하는 것입니다.

지난 대선 후보 시절, 자신의 SNS에 '여성가족부폐지'라는 단 일곱 글자를 올리고, 인수위 당시 그 어떤 계획이나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던 윤정부는 성평등추진체계를 무력화시키고, 여가부를 폐지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대선 이후 10개월이나 지난 지금 국민들은 하루하루 민주주의의 후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사안들이 너무나 중차대해서 대응조차 숨이 가쁠 지경입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정부의 공정과 자유는?

지난 1월 26일에 열린 유엔인권이사회는 4차 국가별인권상황 정기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이하 UPR) 본 심의에서 한국정부는 여가부 폐지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심지어 성평등전담기구인 여가부를 폐지해도 업무와 기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UPR에서 캐나다, 미국, 스위스, 영국이 질의한 여가부 폐지 및 조직 개편에 대해 정부는 "기존 여가부에서 추진하고 있던 여성과 한부모 가족, 위기 청소년 등에 지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며, 여가부의 정책과 업무는 축소되거나 약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거짓입니다. 우리는 지난 20여년의 시간 동안 성평등 관점을 가진 정책 입안과 그 실행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문화가 될 때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경험했습니다. 때로는 미지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한발 한발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내딛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이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당선 이후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 측은 22년 10월, 법안을 내놓으며 여가부를 없애고 보건복지부 내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개편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에 서울동부여성민우회를 비롯한 전국 900여 개의 노동시민여성단체가 여가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약칭 여가부 폐지 저지 전국행동)을 꾸려 대응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우리 지역에서도 동북권 국회의원면담(도봉갑 인재근 의원, 도봉을 오기형 의원, 강북을 박용진 의원, 노원을 우원식 의원, 노원병 김성환 의원)을 통해 여가부 폐지에 대한 지역구 국회의원의 반대 입장과 당론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들의 강력한 여가부 폐지 반대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도봉구도 지난 1월 1일 조직 개편을 통해 '여성가족과'를 '가족정책과'로, '여성정책팀'이 '양성평등팀'으로 개편하면서 조직구조에서 '여성'이라는 단어를 삭제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히 명칭의 변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정부 부처의 변화에 앞서 사전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구청장 선거 시기 성평등 정책에 대한 질의에서 성평등추진체계를 강화하겠다던 약속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도봉의 성평등 정책과 추진을 지켜볼 것입니다.


성평등 관점을 가진 성평등추진체계와 여가부의 기능과 권한은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 성인지 예산에 대한 이해도 없이 마치 성인지 예산이 여성에게만 쏟아붓는 것처럼 호도했습니다. 하지만 여가부의 예산은 전체 국가 예산의 0.2%로 그야말로 초소형 부처정도입니다. (도봉구의 여성정책예산마저 전체예산의 0.1% 정도로 매우 미비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부처가 타 부처 산하의 부처로 축소, 이관되는 상황에서 기능이 전과 같은 수 없습니다.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이 통일을 완수하지 못했다고 통일부를 없애지 않습니다. 여전히 한국은 세계성격차지수 99위이고, 여성의원 비율은 100위권 밖에 있습니다. 고위직·관리자 비율의 성 격차는 125위, 소득 격차는 120위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오히려 성평등관점을 가진 성평등추진체계와 여가부의 기능과 권한은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여가부 폐지, 보건복지부 산하 기구로의 이관은 곧 장관직이 사라짐을 의미합니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심의·의결권, 전담부처의 입법권과 집행권이 삭제됩니다. 필연적으로 성평등 정책 총괄·조정기능은 축소, 폐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가부를 폐지하기 위해 임무를 수행하는 여성가족부 장관과 여가부 폐지를 저지하기 위해 싸우는 아이러니한 상황,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과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바꾸는 법안 개정을 여가부 차관이 발표하고 9시간 만에 번복하는 역사상 유례없는 '국가 없음'을 매일매일 갱신하듯 경험하고 있습니다. 복지와 시혜의 차원이 아닌 성평등 관점이 있는 정책과 집행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더 나은 세계로 가능하게 했는지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성평등 없이 민주주의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여가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은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폐지를 꼭 막아낼 것입니다. 나아가 차별로 고통받는 여성 및 소수자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해 싸워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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