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민간단체 소개 인터뷰 #14

 

산들바람 공부방(이미나 대표)

 

 

 

산들바람 공부방을 개소하게 된 계기나 동기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이전에 성북과 관악지역에서 공부방 활동을 해 오다가 잠시 쉬게 되었다. 그리고 공부방 활동을 다시 시작하려는데 실무교사로 일할 수 있는 공부방을 찾기 어려웠다.

공부방은 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민간단체로서, 예전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지역-달동네 등에서 빈민운동을 하던 활동가들이, 부모들이 일하러 나간 동안 방치되어 있던 아이들과 함께 놀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데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2000년대 초반 공부방 법제화가 추진되면서 많은 민간 공부방들이 지역아동센터로 전환했고, 지금은 공부방으로 남아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그러한 가운데, 새로 한 사람의 활동비를 감당하며 사람을 구하는 곳을 만나기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짐작했고 실제로 그랬기 때문에, 공부방을 새로 열기로 했다. 공부방은 아직도 (지금보다) 더 많이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부방과 같은 곳이 더 필요한 아이들이 있는 지역을 찾아보려 했고, 서울의 북쪽 끄트머리에 있는 도봉구에 오게 되었다. 이 지역에 힘든 친구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고, 다니는 교회가 도봉구에 있어 연고가 있기도 했다.

2012년 여름, 이곳 방학1동에 산들바람공부방을 열고, 가을부터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빈민운동을 하시면서 공부방 운영도 하신 건가요?


공부방 활동은 교육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게 됐다. 대학 시절, 대안교육운동이 막 일어나는 때였는데, ‘다른 교육이 있을 수 있겠구나 싶으면서 교육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는 졸업 후 기독교인권단체에서 일했는데, 이후 교육에 대한 마음이 커지며, 나누고 싶은 장으로 공부방을 떠올렸다.

 

공부방 운영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운영비는 후원회원들의 후원금으로 대부분 이뤄진다. 아이들의 가정에서도 공부방 운영에 참여하신다는 뜻에서 얼마간의 회비를 낸다.

후원인은 50여 명 정도 되고, 정기후원금은 160만 원 정도다. 여기에 비정기후원금을 보태 운영한다. 다양한 관계로 아는 분들이 후원을 하신다.

정기로 먹을거리나 책을 보내 주시기도 하고, 때때로 물품 후원을 하시기도 한다.

덕분에 할 수 있는 일이니, 모두 감사하다.

 

활동 중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처음 산들바람을 문 열고서는, 어려운 문제들을 안고 있는 친구들이 한꺼번에 모이다 보니 쉽지 않았다. 모든 것들을 새로이 만들어 가야 하는 시점에 저마다 자기 상처들을 드러내며 거칠게 부대끼면서, 서로 편안해지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아이들 개개인도 교사도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쉽지 않은 순간들을 겪어 오는 동안, 또 그만큼 배우고 성장하기도 했다고 느낀다.

지금은, 전망을 함께 그리며 꾸준히 함께 할 동료가 없다는 것이 많이 아쉽다. 자원교사들이 있고, 올해는 실무 일을 같이 하는 교사가 있어 힘이 되지만, 정한 요일과 시간에 오고 있고, 한시적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 같이 일할 수 있는 교사를 만나기를 바라고, 그것을 위해 재정 여건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가 매우 고민되는 부분이다.

 

 

아이들 모집은 어떻게 하셨나요?


맨처음에는 동네에 알림지를 붙이거나 돌리기도 하고, 학교나 주민센터에도 공부방을 소개했는데, 아이들이 오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없는 상태에서 먼저 집들이를 하면서 동네 아주머니들을 초대했는데, 그리고 나서 동네 분들이 한두 아이를 소개해 주셨다. 또 아는 활동가나 학교 교사가 우연히 지역에 있어 이들을 통해 소개받아 오기도 했다. 그렇게 와서 꾸준히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


지금은 주로 공부방 학부모들이 가까운 이들에게 소개하시거나 학교 지전가 선생님을 통해 새로 온다. 지금 함께하는 어린이청소년들은 15명인데, 올해는 상담하길 원하는 가정이 더 있었지만 아이들을 성의 있게 만나기 위해 인원을 마냥 늘릴 수는 없어 아쉽지만 다 받을 수 없었다.

 

아이들의 연령은 어떻게 되나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2까지 있다. 첫해 초등 4학년까지 있었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지금의 학년이 되었다.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청소년이 있으니, 이후에는 관계를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해 가야 할 것 같다. 지금의 역량으로 얼마만큼 같이 고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이 스물이 된다고 해서 건강한 성인으로 오롯이 독립해 살아가기가 힘든 사회이기 때문에 더 간단히 느껴지지 않기는 한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교육관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공부방은 스스로 함께 건강한 삶을 가꾸어 가는 교육공동체를 지향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가치가 일상과 수업 활동 속에 녹아날 수 있도록 하고자 하고, 지금 여기서부터 즐겁고 자유롭고 안정감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꾸려 가고자 한다.

그래서 공부방에서는 더 많이 놀고,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학교와는 조금 다른 공부들을 더 하려고 하는데, 최근에는 좀 다르게 아이에 따라 학습시간이 많이 길어지기도 한다. 초등 12학년 친구들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느린 아이들의 경우, 말이 서툴고 이해력이 부족하다거나, 한글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게 되면, 기본적인 학교생활이나 또래 관계들을 위해서도 따로 학습이 필요하고, 이전 단계에서 쌓인 게 적은 만큼 시간이 오래 걸려 긴 시간 학습이 불가피하기도 하다.

또 너무 틀이 잡히지 않거나 거친 아이들은 만날 때 엄한 분위기를 만들게 되기도 하는데, 모순적이게도 아이들과 소통하고 제대로 만나기 위한 방편이라 느끼기도 하지만, 교사로서도 스스로 이전과 다른 모습이기도 하고 그 동안의 생각에도 배치되는 태도라 사실 불편하기도 하다.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아이들에 대해 조급한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아직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활동 중에 가장 의미 있었던 점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아이들이 날마다 오고 싶어 와서 즐겁게 지낸다.’고 느끼면 그 자체가 의미 있다.

또 힘들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볼 때, 기쁘고 의미 있다. 좀더 밝고 편안해지고, 쑥스럽지만 순한 마음을 표현하고, 의욕을 일으켜 좀더 노력을 하려 한다든지,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트여가는 모습들은 감동적이다. 그런 상태가 늘 지속되는 것도 아니고, 때로 밖에서 보는 이들에겐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공부방에서 함께 어울리고 부대끼는 동안 좋은 순간을 경험해 보고 그런 순간들이 보이게 보이지 않게 조금씩 쌓여가는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성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가난한 또는 그밖의 지원이 필요한 어린이청소년과 여성(을 비롯한 가족)을 우선 지지한다.’는 기본 지향이 있다.

그리고 민간의 작은 공부방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규정되어 있지 않아 유연할 수 있고,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우리의 장점을 살려, ‘틈새에서 스스로 필요하다고 여기는 일을 찾아 하려고 한다. 공부방과 같은 돌봄과 교육이 필요하지만- 법적 지원대상이 아닌 경우, 아이들이 많은 환경에서 적응하고 배우기 힘든 경우, 좀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경우에 처한 안타까운 아이들을 많이 본다. 이들에게 공부방이 필요하다면, 우선으로 함께하고자 한다.

공부방은 아이들과 함께 일상을 꾸려나가는 곳이다 보니, 상근 실무교사가 혼자인 상황에서 그밖에 무언가를 더 그리고 내다보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그저 열린 마음으로 한 발짝씩 걸으며, 실제 활동으로 현재를 보여 줄 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뜻을 함께할 수 있는 동료 교사를 만나길 바라고, 필요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더 제대로 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도봉구시민협력플랫폼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플랫폼을 통해 교육에 뜻이 있는 좋은 분을 아신다면 연결해 주시길. 재정 고민을 함께해야겠지만, 공부방 활동에 마음 있는 분을 만나길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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