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민간단체 소개 인터뷰 #2

 

'책을 타고 날다'를 소개합니다.

 


 

지역에서 활동하게 계기가 무엇인가요.

 

20103, 첫 아이 6개월쯤 도봉에 이사 왔다. 비슷한 시기에 출산 육아를 거친 또래 엄마들이 모여 <도담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을 개소하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지역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창5동에 나라사랑북부청년회라는 청년단체 사무실이 있었는데 회원들이 대부분 직장인이다 보니 주중 일과시간에는 사무실이 거의 비어 있었다. 그 공간을 좀 더 유용하게 썼으면 좋겠다 싶어서 청년회 회원들과 지역활동가 몇몇이 민간 작은도서관 <책읽는사람들>을 만들어서 초창기 활동을 하고 있을 때 같이 하게 됐다. 작은도서관은 공간으로써 도서관이자 지역 주민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돌봄이 제대로 되지 않는 마을의 아이들을 도서관이라는 공간과 활동을 통해 담아보고자 했었지만, 막상 도서관 문을 열었는데 생각했던 것처럼 우리가 만나고 싶었던 어려운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기다리지 말고, 찾아가는 활동을 해보고자 해보고자 했고 2011<도봉구작은도서관협의회(도도협)> 산하 <책을타고날다> 사업단으로 만들었다.

작은도서관 책읽는사람들을 만들기 전 도봉에는 초록나라(도봉동)와 생글(쌍문동) 2개의 민간 작은도서관이 있었다. 민간 작은도서관이 3개가 되면서 작은도서관 간의 연대의 필요성을 느껴 <도봉구작은도서관협의회(도도협)>를 결성했고, <책을타고날다>가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활동하다가 2012년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면서 도도협으로부터 분리 독립했다.

 

책을 타고 날다활동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세요.

 

지금 도봉문화정보도서관 이순임 관장님이 당시 초록나라 도서관에서 활동하실 때, 취약계층에서 책배달 활동을 하셨는데 책을타고날다 활동은 거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도서관이라 책은 많고 책을 활용해서 좀 더 어려운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는 활동을 해보자는 취지로, 독서심리상담사 자격과정을 취득해서 이왕이면 마음이 아픈 아이들의 마음도 도닥여 주는 활동을 해보면 좋겠다 싶었다.

2011년 북부교육청에서 저소득층 학생을 지원하는 교육복지특별지원사업이 시작되어서 학교에서 할 수 없는 교육복지사업을 함께 할 지역 파트너를 찾고 있을 때, 책을타고날다가 함께 하게 됐고 초중학생 1:1 가정방문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인큐베이팅 했다.

교육복지특별지원사업은 복지의 개념이 확대되어 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취약계층 학생들의 교육소외 현상(학습, 문화, 심리정서, 가족지원 등)를 맞춤형 복지 서비스 제공으로 해소하기 위한 국가 교육정책의 일환이다.

 

교육복지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학교 안에 지역사회교육전문가(사회복지사)가 담당자로 있어서 우리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저소득층 아이들을 추천받아서 아이들을 만나고, 집으로 방문해서 책을 매개로 상담치료 활동을 했다.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 제대로 돌봄이 안 되어서 사전에 보호자 동의와 시간약속을 하고 방문하는데도 갑자기 연락이 안 된다거나, 집에 인기척이 있는데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가정방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는 찾아가는 활동을 통해 아이가 놓인 환경과 상황이 어떤지 훨씬 직간접적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노출된 위험이 있다면 빨리 캐치해서 지역과 연계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아이들은 주 1회 방문활동을 기준으로 해서 년간 길게 만난다. 아이들의 변화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에 꾸준하고 장기적인 활동으로 아이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낸다. 가정방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아이뿐만 아니라 주양육자이자인 보호자(부모, 조부모 등)의 참여와 자녀에 대한 긍정적인 양육태도 변화를 유도해내고자 한다.

만나는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 너 자신이 소중하고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지지 격려해주고 사랑해주는 일이다. 책을 매개로 한 독서심리상담이지만, 사실은 이 활동이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랑받지 못하는 약자 아이들에게 사랑의 교감을 나누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서 프로그램명도 <마음이 성장하는 책읽기>이다.

2011년부터 책을타고날다가 지금까지 만난 아이들의 인원이 매해 늘어났으니까 약 3천명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활동하면서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우선, 학교를 만나는 것이 힘들었다. 교육복지특별지원사업이 처음이다 보니, 학교에서는 민간인-민간단체와 관계형성이 처음인지라 처음에는 잡상인, 외판원 취급을 했다. 당시 학교의 문턱이 꽤 높았다. 교육복지사업이 처음이다보니 학교 입장에서는 당연했을 수도 있지만 담당자인 지전가와는 사업 취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는데, 결재라인이 있다보니 부장교사-교감- 교장선생님까지 거쳐야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지금은 8년간 연계와 신뢰관계 형성으로 담당자와 협의를 통해서 진행된다^^

 

아이들을 만날 수록 한 아이가 갖고 있고 겪고 있는 아픈 사연들의 무게가 어마어마했다. 아이들을 만나고 온 선생님들은 매 회의 때마다 아이들의 엄청난 사례들을 함께 나누면서, “아이들의 엄청난 사연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지, 우리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겨우 주 1회 만남을 통해 아이들의 변화 성장이 가능할까?”하는 생각들을 많이 나누고 아파했었다. 아이들 곁에 힘이 되어줄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될텐데라는 안타까운 생각에 작지만, 선생님들이 아이들 얘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믿어주고 안아주면서 아이들이 성장한 만큼 선생님들도, 책을타고날다도 함께 성장해왔다.

 

, 책을타고날다 초창기 예비 사회적기업일 때가 쉽지 않았다. 예비 사회적기업은 공익적인 활동을 하면서도 수익창출이라는 경영을 동시에 진행해야 했어야 했다. 당시 서울시청 사회적기업 담당 주무관에게 사업운영에 대한 질문을 하면, 우리의 질문내용이 매뉴얼로 보강될 정도로 제대로 된 답을 해주는 곳이 어디에도 없었다. 사업취지는 의미있지만, 자리를 잡고 성장하기까지 뼈아픈 과정이 많았다. 예비 사회적기업 단계에서 충분히 의미있는 시도를 했으나 저소득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복지 영역을 기업경영으로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 단체 성격을 비영리민간단체로 정리하게 됐다.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 포기하지 않게 한 힘은 무엇인가요.


도봉지역에 살면서 마치 이 곳이 고향인 듯한 애정을 느낀다. 처음 도봉에 대한 인상을 평화롭고 소박한 도시라서, 서울이지만 삭막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런데 책을타고날다 활동을 통해서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아이들을 지역 곳곳에서 만나면서 지역이 다르게 보였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를 추구하면서 시작한 활동이었지만, 한 아이를 만났을 때 아이 전체 인생이 우리에게 넘어온 듯 한 느낌이 들어서 두렵기도 했지만, 우리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과 정기적인 만남이었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이라도 소중하고 의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자신의 환경을 스스로 선택해서 태어난 아이는 없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가정과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가장 필요하지만, 만약 가정이라는 지지체계가 약하다면 지역사회가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책을타고날다는 부족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울타리 교육공동체가 되고자 한다.


앞으로의 방향과 전망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8년전 처음 아이들을 만났으니, 초등학교 1학년 때 만났던 아이들이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 책을타고날다는 다년간 아동을 만나는 경험을 통해서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청소년을 본격적으로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아동영역은 교내 방과후 학교, 교내 돌봄교실, 학교 밖에는 지역아동센터, 마을학교 등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하고 있으나, 청소년 영역은 학교와 청소년 시설 외에는 준비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크고 작은 청소년 공간들이 생겨나는 현상은 매우 반가운 현상이라고 본다.

 

저출산 시대 인구 감소에 따라 아이들 숫자도 감소하지만, 도봉구에 저소득층 아동청소년 숫자와 비율은 줄지 않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한 예로, 방학동에 위치한 **중학교가 8년 전 750여명이었던 재학생이 현재 450명 이내인데, 그 중 저소득층 비율은 25%가 넘는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도봉지역 저소득층 초중학생 숫자통계는 25개 자치구 중 8, 비율통계는 4위에 해당하고 그 중 방학 1~2동에 밀집도가 높다. 이런 현황은 집값과 매우 연관이 높고, 2000년대 후반 뉴타운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도시빈민들이 경기도권으로 밀려나기 전 마지막으로 정착하는 지역이 경기도 접경지역인 구로구, 금천구와 같이 도봉이기 때문이다.

 

대도시 서울이지만 빈곤 격차가 심화되고 있고, 가족단위로 저소득층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서울의 끝자락 도봉지역의 어려움과 도봉지역 민간교육복지 주체로 다년간 시도를 통해 삼성꿈장학재단 지역교육네트워크 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장기적으로 10년간 <청소년 교육복지 모델링>을 진행하는 사업으로 전국에 11개 지역교육네트워크 사업이 진행 중이며 그 중 올해 2개 지역교육네트워크가 신규로 선정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책을타고날다가 대표단체인 <도봉청소년지원네트워크 이음>이다.

<도봉청소년지원네트워크 이음>은 민간교육복지네트워크로써 저소득층 밀집도가 높은 방학 1·2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청소년들의 교육적 성장을 지원하는 민간교육역량을 결집하여 교육인프라를 조성하고, 청소년 거점공간 모델링 시도와 함께 민간교육네트워크로써 기반조성을 올해 진행 할 예정이다.

, 지역 청소년들의 교육/복지/문화적 일상생활 수준과 동선은 어떠한지에 대한 현황조사에 기반해 장단기 활동방향을 설계해나갈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책을타고날다 대표에서 네트워커로 배출되서 <도봉청소년지원네트워크 이음> 대표로 활동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시민협력플랫폼에 조언을 해주신다면.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은 단연 네트워크다네트워크가 무엇인지, 관에서 할 수 있는 게 따로 있고 민간이 할 수 있는 게 따로 있을 텐데 민간의 장점을 살리는 네트워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네트워크가 추구해야할 가치와 비전, 네트워크 조직 문화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가 고민이다.

솔직히 <도봉청소년지원네트워크 이음>대표로 활동하게 됐지만, 요즘말로 네트워크를 1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작은 민간단체가 활동할 때는 그 구성원간의 합의 결정으로 운영해나가면 되지만, 네트워크는 다양한 파트너들과 관계맺기를 통한 멤버십 형성부터 시작해서 각기 다른 방식의 운영체계와 운영방식을 넘어서 해결하고자 하는 의제를 중심으로 살아있는 유기적인 활동이 되어야 할텐데...

시민협력플랫폼도 같은 고민이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네트워크=공동체이며 공동체가 먼저가 아닌, 시스템에 맞게 공동체를 움직이면 자칫 공동체를 해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네트워크라는 공동체가 충분히 무르익고 우리 스스로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

 

네트워크=공동체가 되려면 아래로부터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게 네트워크의 조직문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래로부터 시작된 문화나 네트워킹은 위로 빠르게 번져가지만, 위로부터 시작된 문화나 네트워킹은 그 수준이 되어야 만이 껴주기때문에 확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와 공동체는 누가, 어느 영역이 가장 어려운지를 우선 관심 갖고 살피고, 그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것부터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인터뷰에 응해주신 '도봉청소년지원네트워크 이음'의 "전정훈"대표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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