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오경희 | 에디터

안방학동에 위치한 숲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어요. 가는 길에도 '대체 이런 곳에 숲이 있다고?' 하며 믿지 않았어요. 몇 번의 골목길을 꺾어 들어가니 거짓말처럼 멋스러운 주택이 한 채 나왔어요. 입구부터 많은 꽃과 작은 나무들이 만개했었죠. 여기가 숲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오늘의 주인공 숲속마을사회적협동조합의 신명수 이사장님이 안내를 따라 호호가든에 가봤어요. 이렇게 예쁜 숲을 언제부터, 그리고 왜 가꾸기 시작한 건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아왔어요.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단순히 꽃과 나무만을 사랑하는 게 아닌, 도봉과 자연 그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6대째 살고 있는 도봉이 좋은 사람

저희 가족은 6대째 도봉에서 살고 있어요. 어느 순간, 다 큰 제가 도봉을 돌아보니 옛 고향, 옛 마을의 모습이 사라져 있더군요. 처음에는 안타까워만 했어요. 저를 일개 주민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한 친구의 권유로 17년도에 진행한 방학2동 주거환경개선 사업에 함께하게 됐어요. 주거환경개선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주민협의체 5명을 구성해서 회의만 약 200여 번을 진행한 것 같아요. 큰 이유는 없었습니다. 마을의 옛 모습이 사라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죠. 19년도에는 옛날 도봉 마을 지도를 제작하고자 했어요. 도봉에서 가장 오래 살고 계신 어르신들을 찾아가 조각난 그들의 기억을 하나로 모아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 도봉의 모습이 그대로 있어요.

제 기억에 남은 도봉은 이웃과 가까이 지내고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서로 돕고 나누는 마을이었죠. 그 모습을 지금 주민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죠. 그래서 20년도 1월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어요. 마을마다 있던 큰 느티나무에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생활을 이야기하며 공유하던 정겨운 모습을 생각하며 '숲속마을'이라는 공동시설도 마련하는 작업이었죠. 수익화 사업을 위해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주민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공간이 제일 큰 목적인 공간입니다. 편하게 오실 수 있길 바랍니다.


자연을 사랑해서 호호가든을 만들다

저는 자연을 좋아해요. 그래서 19년도 평생 꿈이었던 집 뒤에 있는 버려진 땅(지금의 호호가든)을 구매했어요. 지금의 호호가든 땅은 이전 소유자가 골프장 건설 목적으로 구매했던 땅이에요. 하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그 목적을 잃으니 버려졌죠. 버려진 땅에 사람들은 각자의 입맛대로 이용하기 시작했어요. 어떤 사람은 아무 작물을 키우기 시작했고, 쓰레기는 당연할 정도였죠. 이 척박한 땅을 동네 사람들이 아무때나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국립공원이라는 제약이 꽤 컸죠. 펜스 하나를 설치하려고 해도 험난하고 지난한 협의와 설득 과정이 참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 과정도 지나더라고요. 그렇게 3년동안 호호가든을 가꾸었습니다.

호호가든의 변화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좌)구매 당시, (우)구매 이후

지금은 협동조합을 설립해서 호호가든을 함께 가꾸고 있어요. 최근에는 전문 조경사 분이 함께하셔서 조경에 대해 잘 배우고 있어요. 조합원이 가든의 부분을 맡아 가꾸고 있어요. 혼자 했을 때보다 강력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계는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요. 주민을 위한 공간인만큼 상시개방을 하고 싶지만 알게 모르게 훼손도 하시고, 꽃도 따가셔서 주말 오픈이 고민 되는 상황입니다. 현재는 제가 있는 주중동안 편하게 오실 수 있게 약소하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전면 개방이 되는 날이 오길 기대하고 있죠.


주민이 이해 할 수 있는 도봉이 되길 바라며

민선8기 이전에 저는 숲속마을 옥상정원 사업을 가장 중점적으로 진행했어요. 그리고 그 외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겠죠. 저는 정치적 변화는 이해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죠. 다만, 정치적 변화에 따른 지역 변화에는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주민들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타당성이 필요합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은 건강한 마을을 만드는 것이니까요. 그 과정에서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기 위해서 시민활동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특히, 저의 입장에서는 도봉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사경센터)가 생활체육회의 사무공간으로 전환된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사경센터 입중기업이자 클러스터 사업의 참여자였는데, 사업 기한조차 보장 받지 못했으니까요. 이런 모습에 대해서는 공론장을 지속하고자 합니다.

 


상생하는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도봉구 소재의 기관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민사회 생태계가 무너지면 당분간, 어쩌면 계속 회복이 어려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힘을 모아야겠죠. 작은 힘이라도 활동이 유지되기 위해 크고 작은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잦은 교류를 하며 상생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체계화를 만들어야하는 어려운 과제 속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더나은도봉시민협력네트워크(이하 도봉시민넷)는 단발적 사업으로 알게 된 네트워크를 보완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네트워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도봉시민넷이 그런 모습으로 운영되길 바라요.


카톡 더나은도봉 구독하기 💌➠➠ https://bit.ly/3PKHF6N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