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한번째 커피 한 잔.
12월 8일 금요일 오후3시 동북여성민우회 사무실에서 김성희 대표님을 만났다.
■ 활동하게 된 계기와 동기가 무엇인가요.
학창시절 모범생이었고 친구관계 중시했다. 대학을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생각했다.(웃음^^)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여자여도 꼭 대학을 가야한다 직장을 가져야한다고 말씀하셨다. 대학가서도 다른 것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대학생 시위 보면서 생각이 좀 깨졌다. 여성학 써클에 들어가서 공부하면서도 많이 깨졌다.
학생운동의 끝이 두려웠다. 공장 같은 곳에 투신하는 선배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3학년 초에 학생운동을 그만 뒀다. 바로 휴학했는데 운동 그만두고 나서도 힘들었다. 복학하고 다시 돌아와서 공부했다. 운동을 끝까지 못한 부채감이 있다.
대학 졸업하고 편지 써놓고 집을 나왔다. 성남에서 선배들과 노동 상담하려고 했다. 부모님 반대가 너무 심하셔서 결국 하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서 취직공부하고 통신회사에 취직해서 20년을 근무했다. 남편도 거기서 만났다. 그러는 와중에도 운동의 끈을 놓지 못하고 운동단체 모임에 꾸준히 나갔다.
결혼 이후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한 켠에는 사회운동에 마음을 두었다. 아이 둘을 낳고 맡길 때가 없어서 공동육아하는 곳을 찾게 되었다. 우이동에 꿈꾸는어린이집을 알게 되고 거기서 공동육아를 했다. 그 때 남충진 선생님도 학부모로 만났다. 융가 때문에 도봉으로 이사 오게 되었다.
2000년대 초반에 민우회 회원, 생협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회원으로 활동하기가 어려웠다. 그 때는 직장 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어서 2009년에 직장을 명예퇴직했다. 여기저기서 활동 같이 하자고 연락이 왔다. 여유롭게 살고 싶어서 다 만류하고 생글도서관 자원봉사와 오커리나 소모임 활동만 했다. 생글도서관에서 2년 동안 자원봉사를 했는데 심심하고 외로웠다. 민우회 상근활동을 제안 받았는데 처음에는 겁나고 두려워서 운영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심심하고 외롭게 있다가 여성들끼리 모여서 이야기 나누고 영화도 보고 하니까 즐겁고 재밌었다.
■ 동북여성민우회 대표는 언제부터 하셨나요.
2016년도부터 했다. 활동하면서 선배라는 호칭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지역에서 활동경력이 짧아서 그렇다.
■ 직장인이었다가 지역활동하는데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활동이 답답해보였다. 직장은 상명하복, 효율성 중시, 성과중심이었다. 지역활동은 그와 다르게 뭐든지 의사소통을 중시하고 같이 정하는 것을 중시했다. 비효율적인 것 같았다. 그리고 함께 하기로 정한 것에 나서지 않는 모습도 답답했다. 나는 일 중심이었는데 여기는 사람중심이었다. 느리더라도 천천히 함께 가는 것이 달랐다. 매너리즘, 패쇄성 등 새로운 사람들이 활동영역에 들어가기 힘든 측면이 있다.
주민자치영역, 의회방청 예산분석활동이 재미있었다. 이런 활동하면서 구의원들과 알게 되고 네트워크 경험도 생겼다. 그래서 대표할 때 도움이 많이 되었다. 외국에는 전대표가 새로운 대표를 6개월 정도 데리고 다니면서 네트워크 맺게 해준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
■ 시민단체 대표로서 느끼는 시민단체의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대안이 있으신가요.
20년 전에 활동했던 사람들이 부럽다. 예전에는 복지영역을 국가에서 감당하지 않으려고 민간영역에 다 위탁했다. 하지만 지금은 관에서 복지영역을 다시 제도화하고 있다. 시민단체도 마찬가지이다. 시민단체 영역이 많이 제도화되었다. 관이 시민단체보다 재정적으로 자원 면에서 훨씬 우월하다. 시민단체는 관보다 일이 훨씬 많지만 재정적으로 자원 면에서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단체를 확대하는데 집중하기보다 내부를 내실있게 다져가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민우회도 지역 여성운동에 더욱 집중해야 되지 않을까한다. 지역에서 여성주의를 더욱 이슈화해야한다.
■ 시민단체들의 바쁨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거버넌스, 협치하면서 더욱 바빠진 것 같다. 들러리로 되지 않으려면 시민사회가 분명한 역할을 갖고 참여해야 할 것 같다. 민민의 바쁨은 공통의 작업을 함께 하면서 풀어내면 어떨까.
■ 시민단체가 왜 이렇게 바쁜가요.
동북여성민우회도 프로젝트 사업만 5개나 한다. 많이 제도화되었어도 시민단체가 할 일이 많다. 여기저기서 사업 같이 하자고 하는 곳도 많고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활동가 선생님들이 성장하고 싶어 해서 프로젝트 사업을 중단할 수 없다.
■ 시민협력플랫폼에 대한 기대와 당부를 해주세요.
관과의 사업을 하다보면 관의 요구대로 해야될 때가 있더라. 우리가 하려는 것이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함께 성장했으면 한다. 특히 실무진들이 이 사업을 통해서 많이 성장했으면 좋겠다. 지역의 문제를 함께 나누고 해결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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