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민간단체 소개 인터뷰 #37


...

(최소영 대표)


 

 

약간은 쌀쌀한 오전이다.

최소영 대표와 인터뷰일정을 잡기위해 여러 번 연락했다.

그때마다 할 이야기가 별로 없다며 겸손하게 차일피일 미루었다.

그녀의 겸손한 거절은 청바지에 대한 궁금증을 더 유발시켰다.

드디어 오늘 그녀를 만나 청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앞일정이 있어서 30분 정도 늦어진다고 연락이 왔다.

늘 바쁜 일상을 보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열정은 삶 자체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 청.바.지. 최소영 대표

 

지역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시민단체 활동은 2007년 도봉시민회에서 처음 시작했다.

당시 도봉시민회에서 진행하는 리더십강사양성과정에 참여했다.

강사양성과정을 마친 후 지역의 소외계층 아이들과 리더십수업을 했다.

리더십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자존감도 향상됐고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게 됐다. 하지만 아이들의 변화는 지속성을 갖지 못했다.

가정으로 돌아가면 아이들의 자존감은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런 한계를 보면서 아이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함께 바뀌지 않으면 아이들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계기로 지역활동과 마을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청바지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첫째, 마을활동을 할수록 예산지원중심 운영에 대한 한계를 느꼈고 그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예산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을 갖춘 지속가능한 민간단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둘째,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 변화를 이끌어 내자는 생각이 있었다.

 

우선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때마침 봉사활동이 필요한 중학생 자녀를 둔 가족단위들이 있어서 이 분들과 함께 마을봉사활동을 해보기로 했다.

기존의 시간 때우기식 봉사수준을 넘어서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고 지역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봉사활동을 하자고 의기투합했다. 이러한 취지에서 마을주민모임이 결성됐고 네이밍을 청소년이 바꾸는 지역 활동’ (이하 청바지)이라고 붙였다.

청바지는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활동기획에서 실행까지 모든 단계에 참여한다. 어른들은 곁에서 지지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청바지 활동은 청소년과 부모세대를 아우르는 활동을 했다.

 

청바지 활동목표지역사회 문제해결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를 찾는 방식걷기를 통해 동네를 알아가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그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어 방법을 찾는다. 거창하지 않지만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지역사회의 변화를 체감하며 성취감과 자부심을 키워갔다.

 

△ 서울강북신문에 보도된 청.바.지.의 '국화꽃 심기' 행사 (출처: 서울강북신문)

 

청바지에 참여한 인원은 얼마나 되나요?

2012년 초기 5-6 가족이 참여했고 15명 정도가 된 것 같다. 참여 숫자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활동의 의미에 동의하는 사람이 단 한명일지라도 진행할 각오로 활동을 진행하였다.

2019년 지금까지 거쳐 간 청소년과 가족들을 생각하면 수천 명 정도 된다.

 

 

청바지활동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요?

첫 활동은 느슨하게 지역을 거닐며 지역을 익히는 것이었다. 거닐다 보니 도로변 대형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예쁜 꽃들이 가득해야 할 화분에는 오랫동안 방치된 흔적으로 대형 쓰레기통으로 전락해 있었다.

우리는 방치된 화분에 를 심기로 했다.

꾸준한 관심과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한철만 볼 수 있는 화초가 아닌 1년의 과정을 볼 수 있는 벼를 심고 1가족 1화분을 담당하고 관리하기로 했다.

15가족이 참여를 하여 1년 동안 벼를 심고 추수하는 과정을 거치며 도심 속 작은 농부가 되어 보기로 했다. 대형화분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주변을 청소하게 됐고 거리와 환경이 깨끗해졌다. 예상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벼를 가꾸는 과정에서 도심 속 무관심한 문제로 남을 수 있던 지역문제가 해결됐다. 이는 청바지 활동의 첫 성과였다.

작은 실천이었지만 청소년과 함께 하는 마을공동체 활동은 모범사례로 선정됐고 기사와 TV프로로 소개됐다.

 

*2014년 서울시 홈페이지 '월간마을 10호'에 소개된 청.바.지.

http://news.seoul.go.kr/gov/archives/65074 

 

[월간마을 10월] 마을, 청바지를 입다, 도봉구 ‘청바지’

우리가 사는 도시에 마법의 청바지를 입은 마을이 있다. 청소년이 바꾸는 지역활동, 마을 탐사단 청바지. 도봉구 창4동에 있는 청바지는 조금 더 특별하다. 마을 탐사단 청바지는 ‘우리 마을 자원봉사단’이라 불리지만 단순히 봉사만 하는 단체는 아니다.

news.seoul.go.kr

 

이 사례는 서울시에서 <누가 쓰레기화단에 꽃을 피웠을까?> 라는 책으로 발간됐고 초등학교 '지역문제 해결하기' 과정 참고 도서로 권장되기도 했다.

△ 누가 쓰레기 화단에 꽃을 피웠을까? (출처: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이외 청바지 활동은 청소년이 운영하는 벼룩시장, 1평 가로수 정원, 놀이터 마나책방, 마을청소, 청소년뮤지컬, 청소년 문화기획학교, 이야기가 있는 골목이야기 등 지역과 연관된 많은 봉사와 문화 활동으로 이어졌다.

 

처음 활동 시작 단계에서 '지역'이라는 공공공간을 활용한 참여활동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우리가 여기서 활동을 해도 돼?’라는 의문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해결 과정에서 , 우리가 해야 되는 구나’ ‘우리가 할 일이 더 많구나라는 의무감과 필요성을 알게 됐고, 활동의 좋은 결과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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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사단 청바지 |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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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의 향후 계획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2012년 의기투합으로 시작한 작은 주민모임이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 단위가 확대되었고 아이가 자라듯 활동도 자랐다. 참여한 주민들의 역량은 지역의 자원으로 남아서 공익적 가치를 담은 활동이 마을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를 바랐기에 2016년 법인을 설립했다.

활동이 깊어질수록 가치지향 중심의 지역활동에서 경제적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필요함을 체감했고 현재 청바지의 제2전환기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 훈훈한 분위기의 인터뷰 현장

 

대표님은 그간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위해 마을 속에서 청소년과 어른들이 함께하는 마을활동을 했다. 이외에 민관거버넌스를 위한 마을공동체, 혁신교육, 협치, 도시재생과 관련된 활동들을 주로 해 왔다. 그 중에서 주민들과 함께 한 숲속대전차방호시설 공간재생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이다. 지금은 정체된 활동가가 되지 않기 위해 또 다른 배움과 그동안 쌓아 온 지역활동의 노하우를 다른 지역에 공유·전파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활동 중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항상 힘들다.(웃음)

기존의 활동 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혁신적 활동을 위해 유목민처럼 동네를 돌며 활동꺼리를 찾아다니는 느슨한 활동의 유지운영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방식이 주는 변화의 내용과 참여의 중요성을 이해시키는 것'이 청바지의 미션이었다.

청바지의 활동은 미리 계획해서 근사하게 짜인 기획활동이 아니다.

자유분방한 활동이기에 오히려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청바지의 활동목적과 취지를 이해시켰다. 그렇다고 억지스럽게 설득시키고 참여시키지도 않았다. 마을활동은 자유의지가 중요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 청바지 활동가 (출처: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블로그)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활동을 통한 지역의 변화를 볼 때 힘을 얻는다. 크고 화려한 활동이 아니더라도 참여를 통한 지역사회변화의 시도는 아이들과 마을주민들에게 성장을 가져온다. 동시에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런 것이 동력이 된 것 같다.

 

그간의 활동경험을 토대로 단체가 변화되어야하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상호존중이다. 서로의 입장차이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했으면 한다.

상호인정과 조건 없는 협력을 통한 상생협력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활동가들의 성장도 필요하지만 단체의 성장도 필요하다고 본다.

마을활동의 시작과 중심은 개인이지만 활동가를 성장시키는 것은 단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신입활동가와 기존활동가의 활동경험에 맞춰 활동가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단체가 지원해야한다. 단체도 변화속도에 맞춰가야 한다. 또한 탄력적인 마을활동이 되지 않으면 정체되고 고립될 수 있다.

 

도봉구시민협력플랫폼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도봉의 시민단체는 과거네트워크로 움직이는 시민단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공공의 활동이 사업화되어 여유가 없어지고 일에 허덕이면서 활동가들은 점점 힘에 부치고 있다.

시민협력플랫폼이 등장하면서 흩어졌던 네트워크를 새로운 에너지로 다시 모아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에너지가 흩어지지 않고 서로 연대하고 연결이 되길 바란다.

문턱 없는 시민협력플랫폼이 되어서 어느 단위가 와도 소통이 가능하고 지지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끝으로 시민협력플랫폼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자생력을 갖추어 사업 중심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채우고 채워가는 그런 곳으로 지역에서 함께 있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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