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민간단체 소개 인터뷰 #17

 

 

도봉여성센터(남충진 관장)

 

 

 

 

 

 

 

도봉여성센터를 운영하게 된 계기나 동기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서울동북여성민우회는(이하 동북민우회) 지역에서 20년 넘게 활동을 해왔다. 그런 오랜 활동을 기반으로 더 많은 지역 여성을 만나 함께 하며 역량 강화에 힘쓰기 위해 도봉여성센터를 수탁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나를 센터장으로 추대했다.

처음 여성센터에 왔을 당시 직원들은 모두 한국여학사협회의 사람들이라 생각되었다. 고립무원의 섬과 같았다. 게다가 관장실이 3층에 따로 있어서 직원들과 소통하기가 어려웠다. 관장실을 강의실로 바꾸고, 이 사무공간으로 들어왔다.

 시간이 지나고 함께 일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내가 지역여성과 함께하고 싶어 이곳에 왔지만 실제 지역여성을 만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여기 있는 우리 직원들이구나! 여기 있는 이 직원들이 바로 내가 만나려던 지역여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직원들을 센터를 함께 운영해가는 파트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직원들의 성장을 통해서만 지역여성의 성장과 발전도 가능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직원들이 다시 보였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한솥밥 식구로 함께해오고 있다. 2014년부터 취업과 창업에 더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도봉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수탁받게 되었다. ‘도봉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직원은 6명이다. 도봉여성센터의 직원 6명과 합해 현재 총 12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동북민우회 활동을 하면서 도봉여성센터를 운영하게 되기까지 그 활동과정이 궁금합니다.

 

동북민우회 활동을 시작한 지 18, 20년쯤 된 것 같다. 현재는 동북민우회가 사단법인이지만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에는 동북민우회는 본부의 지부였고 생협사업도 같이 수행하고 있었다. 그 당시 운영위원, 지역자치위원, 복지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당시 여성복지위원회 활동을 하며 지역여성의 복지욕구 조사를 위해 발로 뛰어다녔다. 여성들의 실질적인 삶의 지원이 어떻게 가능할까 직접 면대 면으로 만나서 들어보았다. 경제적인 욕구가 가장 컸지만 우리가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해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2순위인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고양민우회 등 여러 곳에 탐방을 다녀왔다.

 

지역아동센터는 나름의 목적과 취지로 운영되고 있었다. 당시 우리는 아동센터도 좋지만 아이들이 눈에 띄지 않고 다른 아이들과 섞이면서 함께 할 수 있고 그 속에서 특별한 보살핌을 받는 구조는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당시 작은 도서관운동이 여러 지역에서 활발히 벌어질 때였다. 그래서 도서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역복지에 관심을 갖고 있던 성지윤 씨와 만나서 함께 도서관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러면서 함께할 사람들을 규합했고 출자하고 모금활동을 전개했다. 당시 진짜 많은 사람들이 물심양면으로 함께해주셨다.

 

생글도서관 대표로서 역할을 하며 도서관활동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동북민우회가 도봉여성센터를 위탁받으면서 오경훈 대표가 여성센터를 운영하라고 제안했다.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공공에서 돈을 받는 일이고, 혼자서 들어가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대학 때 학생운동도 했지만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공동육아로 아이를 키우면서부터이다. 대학졸업 후 출판사에 다니면서 생활인으로 살다 큰 아이를 공동육아에 보내면서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20여 년 전, 아이양육에서 시작한 활동이 발전하여 먹거리, 지역사회, 여성주의활동 등으로 이어졌다.

 

 

 

서울동북여성민우회는 관장님께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민우회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고 할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갔을 때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이었다민우회도 그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젠더라는 의식이 없었다. 대학 때 여성주의 활동을 하면 재수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너무 튀고 잘난 체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여성주의 활동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지역에서 민우회를 만나고 활동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민우회에서 만나는 사람이 좋았고 민우회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사실 나는 열등감이 많았다. 완벽주의자였기 때문에 늘 부족한 존재라고 날 정의했다. 그런데 민우회에서 다양한 교육에 참여하면서 내가 부족해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성향이 그런 거구나. 저 사람은 잘 나서가 아니라 성향이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타입이구나.” 등을 알게 되었다.

 

민우회는 자신감 없고 위축된 나의 자아를 회복시켜 주었다. 민우회활동을 통해 나 는 성장하고 회복되었다. 생글 작은도서관을 개관할 수 있었던 힘도 민우회가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을 만들 때 손을 내밀면 주위의 많은 분들이 흔쾌히 손잡아주시고 회원으로 가입해주셨다. 덕분에 겁 없이 월세내면서 하는 사업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도봉여성센터의 취지와 목적 그리고 활동내용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말씀해 주세요.

 

도봉여성센터는 구의 조례에 따라 설치, 운영되고 있다. 처음 민우회가 센터를 수탁 받았을 때 이곳을 뭔가 민우회스럽게운영해보자는 의욕이 충만했다.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센터는 개인이나 단체의 것이 아닌 일정 기간 위탁을 위임을 받은 공적 장이라는 점이다. 위탁받은 동안 공익적 관점에서 투명하고도 민주적인 방법으로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센터의 오너가 아니다. 위탁받는 법인이 파견한 사람으로서 센터 안에서 구성원들과 협력하며 최대한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일하려고 노력한다. 직원과 나는 같은 처지라고 생각한다. 단지 나는 책임이 더 큰 역할을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역할은 다르지만 대등한 위치에서 운영하려고 많이 노력한다. 보조금 집행의 문제나 사업비 집행의 문제도 투명하고 공개적인 상태에서 공익적 관점으로 운영하려고 한다.

 

지금 생각은 도봉여성센터를 통해 민우회회원을 늘리고 민우회스럽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민우회가 운영하니 여기 참 괜찮다는 평을 듣고 싶다. 이 목적을 수행하면 될 것 같다. 직원들도 어떤 위탁법인보다 민우회가 위탁을 해주니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면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만족하면 좋겠다. 결국은 이러한 것들이 가능할 때 민우회의 가치를 구현한다고 생각한다. 위로부터 목적과 비전, 미션을 수행하라고 꽂아주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곳에 있는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조력하고 방향도 제시하고 지원할 것인가가 과제인 것 같다.

 

 

 

 

법인의 부설기관으로 센터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지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민우회의 활동가이면서 기관의 센터장이다 보니 정체성이 여러 개다. 그래서 외로운 지점들이 있다. 센터사람 대부분은 직원이지 활동가는 아니다. 간혹 민우회의 대표나 활동가들이 센터 직원들을 활동가로 생각할 때가 있다. 이럴 경우 힘들다. 센터 직원들을 활동가로 여기다보면 위탁기관이 아닌 직영시설처럼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인과의 관계에서는 이런 지점이 어려운 것 같다.

센터 안에서의 어려운 점은 여성센터와 새일센터의 임금구조가 다르다. 임금격차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쪽을 다 통합해서 관리운영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터 직원들은 생활인으로 살고 싶어 하는 반면, 법인 입장에서는 무언가를 함께 수행하고 싶어 한다. 이런 부분이 충돌될 때 힘들다. 나의 바람은 서로가 멀리보고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삶의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일을 하게 되면 위탁 주체에 대해 호의적이면서 기꺼이 위탁체의 한 일원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탁체에서 일자리를 주었으니 할 수 없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멀리 봤으면 좋겠다.

 

위탁사업을 할 때는 나름의 목적이 있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우회는 민우회의 운동적 관점에서 위탁을 평가해야 하고 나는 현재 내 역할에서 고민을 해야 한다. 이러한 지점이 어느 때는 서로 대립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조화롭기도 하다.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 기본적인 신뢰관계 속에서 이러한 갈등을 드러내고 조율하고 합의하고 어떻게 함께 하느냐 인 것 같다. 이런 신뢰를 기본으로 해서 문제를 풀어 가면 될 것 같다.

 

 

 

이런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의미 있었던 점이나 보람을 느꼈던 점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센터에서 일하는 것이 즐겁다. 공익적 관점에서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협력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 갈등상황은 있겠지만 큰 불협화음 없이 일하는 것 같다. 자랑같긴 한데 누군가 내게 갈등해결의 리더십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 성향을 발휘하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여성 관련 교육을 기획하는 것도 재미있고, 취창업지원하는 사업도 뜻깊다. 네트워크 사업하는 것도 좋다. 교육을 통해 직원들을 역량강화시키고 함께하는 것이 매우 뿌듯하고 재미있다. 여성센터 일이 잘 맞고 재미있다.

위탁받아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한 지인이 지역여성의 역량강화도 중요하지만 센터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행복해야 되지 않겠는가.” 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이 맘 속에 계속 맴돈다. 비록 내가 임금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도봉에서 도봉여성센터가 제일 일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봉여성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해지는 것이 현재 나의 미션이라고 생각한다. 민우회가 운영하니 되게 좋다는 그런 말을 듣고 싶다.

 

 

 

공공(지자체/공공위탁기관)의 사업이 다양화되면서, 민간단체와 중복된 기능이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러한 중복된 기능으로 인해 허비되는 자원에 대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누군가가 바꿀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처음 민우회 활동 당시에는 지역에서 시민교육을 하는 곳도 없었다. 내 돈을 내고 교육을 받고 활동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지금은 무료 교육의 장도 많이 생기고, 교육에 참여를 하면 혜택도 많다. 이렇듯 뭔가 많이 하지만 그들이 다 행복한가는 짚어보고 싶다.

예전엔 활동을 적게 해도 깨달음이 있었고, 사람을 만나고 동료가 되는 것이 행복했다. 그런데 지금은 엄청 분주한데,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데 행복한가? 내가 그런 사람을 만나고 있나? 내가 흡족한가? 내 삶의 문제까지 꺼내놓으면서 논의할 수 있나? 취미의 공동체로 약간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이렇게 저렇게 묶인 것이 아니라 삶도 같이 공유하면서 할 수 있나? 그걸 하면서 우리는 행복한가를 짚어보고 싶다. 행복하다면 오케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허하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지역에서 연대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그동안 3.8세계여성의 날이나 양성평등주간 행사를 민우회에서 독자적으로 했다. 민우회에서 센터를 위탁받은 후로는 사회복지협의회 여성분과를 통해서 사업을 하거나 지역의 많은 다른 기관들과 네트워킹해서 활동하게 되었다. 예전에 민우회가 혼자 하던 것을 현재는 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 한살림, 신협, 어르신돌봄종사자지원센터 등과 함께 연대해서 활동한다. 여러 기관단체와 연대해서 함께 하는 것이 뿌듯하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성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크게는 젠더적 관점을 가지고 민우회의 구성원으로서 도봉여성센터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숙제이고 도봉이어서가 나름의 구심을 갖고 도봉지역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에게도 힘이 되고 또 지역전체 주민들에게도 든든한 버팀목이자 뒷배가 될 수 있게 잘 자리잡도록 하는 것도 숙제이다.

 

그런 여러 가지 숙제가 있는 것 같다. 어째든 이런 문제를 개인이 과도하게 고민하고 끌어간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 풀어가야 할 것 같다.

 

 

 

도봉구시민협력플랫폼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작년에 컨퍼런스를 준비해서 쭉 해온 것을 보면서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처음 플랫폼 사업을 계획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시작했을 때 어떻게 사업을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그런데 옛날의 활동방식에서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으로 너무나 세련되게 풀어냈던 것 같다. 그런 형식이 지역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과거방식으로 일하던 오랜 활동가를 긴장시켰던 것 같다. “이제는 활동도 세련되게 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자극들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이것이 포장이 아니라 내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를 가나 생각보다 소통이 쉽지 않다. 또 조직의 문화 자체가 건강한 문화가 드물다. 민주적이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삶과 행복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 역할을 플랫폼에서 해주었으면 좋겠다. 플랫폼의 역할이 그냥 이렇게 저렇게 막 엮어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단위들이 민주적이고 건강한 조직이 돼서 잘 운영되는 데에 이바지했으면 한다.

 

지역 내에 목적의식을 가진 단위들이 많다. 목적에 집중하다 보면 그 안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삶의 문제와 원활한 소통의 문제가 건강한지는 의심이 된다. 과도한 목적의식을 갖고 조직을 운영하거나 목적에 방점을 두게 되면 수단이라든가 과정을 등한시하게 되고 우리 안을 제대로 살피거나 돌보지 못한다. 작은 조직이든 큰 조직이든 조직문화가 건강하고 그 안에서 일하는 구성원이 행복해야 한다. 플랫폼이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제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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