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민간단체 소개 인터뷰 #26

시끌벅적수랏간(김주희 대표)

 

태양이 뜨거운 오후,

신창시장입구를 지나 시장골목으로 들어섰다.

핸드폰에서 알려주는 대로 시끌벅적수랏간을 향해갔다.

주변을 둘러봐도 시끌벅적수랏간이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드리니 주택가 쪽으로 더 내려오란다.

조금 내려가니 시끌벅적수랏간을 알리는 항아리 그래피티

파란색으로 칠해진 담벼락이 눈에 들어온다.

△ 시끌벅적수랏간을 알리는 파란 벽과 항아리 그래피티

, 여기구나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시끌벅적 수락간의 문을 두드렸다.

 

안녕하세요, 김주희 선생님이시죠?”

인사를 나눈 뒤

건네주신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주택가에 위치한 시끌벅적수랏간

 

시끌벅적사랑방이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2013년 서울시 공간지원사업으로 시끌벅적사랑방을 운영하게 됐다

당시 비영리단체였고 5년간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운영했다.

장소는 여기가(시끌벅적수락간) 아니고 이 근처에 있는 지하공간을 꾸며서 사랑방을 만들었다.

정부의 지원이 중단되고 나서 1년간은 주민들이 모은 회비와 행사를 통해 번 수익금 등으로 운영했다.

그 후 201712월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2018년에 시구 상향적·협력적 일자리 창출 공모사업에 지원했고, 선정이 되어 2년째 시끌벅적수락간을 운영 중이다. 시끌벅적사랑방은 시끌벅적수랏간의 전신이다.

△시끌벅적수랏간 김주희 대표

 

시구 상향적·협력적 일자리 창출사업의 내용은 어떤 것인가요?

"경력단절여성의 재능을 살려 건강한 먹거리와 질 좋은 음식을 제공"

말하자면 경력단절여성의 재능을 살려서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음식을 통해 건강한 먹거리와 질 좋은 음식을 제공한다.

소박하고 건강한 집밥같은 음식을 제공함으로써 어머니의 손맛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하고 행사의 도시락이나 뷔페음식 등을 만들어서 행사음식도 대행한다.

이 사업은 서울시와 구의 보조금으로 집행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2년 사업이다. 올해 이 시구 일자리창출 사업이 완료된다.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수랏간을 만들어가는 분들

시끌벅적사랑방협동조합의 활동내용이 궁금합니다.

시끌벅적사랑방협동조합은 출자금으로 시끌벅적수락간이 운영되지는 않는다.

처음 협동조합원이 15명이었지만 현재는 5명으로 최소 임원들만 남아있다.

시끌벅적수랏간에서 창출되는 수익금모두 서울시와 도봉구에서 50% 가져간다.

수랏간에서 받은 사업은 일자리창출사업이다. 관으로 부터 인건비와 운영비를 보조받는다. 때문에 수랏간에서 창출되는 수익금은 모두 시와 구로 돌아간다.

 

수익금을 관에서 가져가면 자립할 수 있는 재투자비용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그렇다. 이런 것들이 모순이다.

관의 입장에서는 자본까지 투자해줬는데 왜 자립을 못하느냐고 말한다그리고 이 사업은 일자리창출이지 수익사업이 아니라고 말한다때문에 벌어들인 수익금을 우리는 사용할 수 없다

이런 부분을 알았다면 다른 방법을 알아볼 수 있었겠지만 조금 아쉽다그리고 우리가 법인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세금혜택도 받지 못한다작년에 세금만 600-700만원을 냈다

이런 형태로는 사실상 자립이 불가능하다.

△시끌벅적수랏간 게시판

 

앞으로의 활동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취약계층에 있는 분들과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께 식사를 대접하고 싶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보고 싶다.

어차피 돈을 버는 일은 어려울 것 같다. 취약계층에 있는 분들과 사각지대에 놓은 분들을 돌보는 사업을 하고 싶다. 돌봄으로 보조금사업을 받아서 취약계층에 계신 분들께 반찬과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

예전에 비해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긴 했지만 의외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수급자도 아니고 차상위도 아닌 사람들이 많다. 자녀에게 버림을 받았던가 반대로 부모에게 버림을 받아 부모로부터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국가가 이런 사람을 돌보지는 못한다. 그래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돌보고 싶다.

누가 뭐라고 하든 그런 분들을 위해서 노력하고 싶다.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창출되는 수익금은 우리가 재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우리가 살림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을 고용할 수는 없지만 최소 필요한 인원으로 구성해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보고 싶다.

 

이런 취약계층에 계신 분들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매달 19일, 어르신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함께 나누어 먹는 '식구데이' 성황리 진행 중"

매달 19일에 식구데이를 하고 있다식구데이는 시범적으로 운영해 본 것이다어느 순간 어르신들이 밥해먹는 것을 잊어버리셨다. 혼자서 먹다보니 복지관이나 어디 다른 곳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는 형태로 식사를 하신다.

그러다보니 어르신들이 밥을 해서 누군가를 대접하는 것도 어렵고, 함께 밥을 해먹는 것도 어려워졌다. 그래서 식구데이를 만들어서 어르신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함께 나누어 먹는 소통의 을 만들었다. 그 반응이 너무 좋았고 어르신들이 이 시간을 기다리신다. 이 식구데이가 진행되는 날은 2동자원봉사캠프에서 자원봉사자 분들이 오셔서 도와준다.

어르신들이 행복해하고 많이 웃는 모습을 보면 집을 크게 하나 지어서 어르신들과 함께 동고동락할 수 있는 공동체 사업을 해보고 싶다.

△시끌벅적사랑방 식구데이와 행사음식

 

특별히 어르신들이나 노인 분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요?

"우울증으로 시달리시던 어머님을 잘 보살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이웃 어르신들을 돕기 시작했다."

그렇다. 나는 무남독녀 외동딸이다결혼을 하면서 어머님도 함께 시집을 온 셈이다불행히도 어머님이 우울증으로 13년 동안 시달리시다가 돌아가셨다. 나름 열심히 최선을 다해 돌봤다고 생각했지만 돌아가셨다.

그 후 나도 4년간 우울증으로 아팠다살아계시는 동안 내가 충분히 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들었다부모는 열 자녀를 키울 수 있지만, 열 자녀는 한 부모를 못 모신다는 말이 있다그 말처럼 어머니를 다정하게 못 해드린 것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

평소에 어머니께 못했던 것을 어려운 어르신들을 도와드림으로써 갚는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통장생활을 8년 정도 하고 있다. 그사이 어려운 이웃들을 발굴해서 도와드리고 있다. 수급자 분들을 발굴해서 생활고를 도와드리고 도움 받을 수 있는 기관과 연결도 해드린다. 현재는 역부족이다. 너무 많은 어르신들이 도움을 청하고 있다.(웃음)

 

활동 중에 가장 힘들었던 점과 가장 의미 있었던 점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작년 올해 많이 힘들었다. 무급으로 봉사활동을 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게 생각했다. 이 사업(시끌벅적수락간)을 하면서 월급을 받고 봉사를 하니 색다른 눈으로 나를 보기 시작했다. 그간에 해온 봉사를 내가 이 사업을 받기위해 봉사한 것처럼 말들이 오갈 때가 있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부터 혹은 나의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을 때는 내가 이 마을을 떠나야하나 하는 회의감도 든다.

내가 의도하는 바와 달리 해석될 때 가장 힘들다.

그 전에는 활동이 정말 재미있었다몇 백포기의 김장을 해도 몇 가마의 쌀을 빻아서 송편을 빚어도 힘들지 않고 활동이 즐겁고 재미있었다그런데 지금은 이런 활동을 하면 주변의 시선이 따갑다.  나는 내가 이 활동을 함으로써 어려운 이웃을 더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다.

함께 일하시는 분들은 번외의 일을 원치 않는다그럴 때마다 생각을 같이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한다그래서 주말이나 공휴일을 이용해서 주변인들과 함께하는 봉사단과 봉사활동을 한다.

쉬는 날은 어르신들을 모셔다가 음식을 만들어서 나누어 먹는다그간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봉사활동을 못했는데 이 봉사활동을 다시 시작하고 나니 보람도 느끼고 힘이 다시 생긴다.

 

활동하면서 의미 있던 부분은 마을에 생신상을 한 번도 받지 못한 어르신들이 꽤 있었다. 이 분들을 위해 큰 생일잔치상을 차려드렸다. 이 잔치상을 받으시고 너무 행복해하셨다.

겨울이 되면 손뜨개모자와 목도리를 만들어서 어르신들 백 명에게 3년째 나누어 드린 때가 있었다. 내가 만든 목도리와 모자를 쓰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길을 가다가 어르신들이 나를 알아보시고 반갑게 맞아주시고 안아주시면 보람을 느낀다아마도 어르신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나만의 지격지심 때문이랄까..

어쨌든 어르신들의 건강상 이유든, 경제적 이유든 나의 도움을 통해 형편이나 상황이 나아진 모습을 보면 많은 보람을 느낀다.

 

시끌벅적수락간을 운영하시기 전에는 봉사활동을 어떻게 조직하셨나요?

20년간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과외선생님으로 일했다그래서 공부방을 하는 학부모님들이 많이 도와주셨다물질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십시일반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6년간의 활동을 통해 우울증도 자연스럽게 치유됐다6년간의 삶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고 나를 성장시켰다.

그 전에는 남 앞에 나서는 것도 싫어했고 움츠려있었다

이 활동을 통해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고 나눔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들도 개발할 수 있었다.

저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가족과 같은 이웃이 있고 나의 마음과 뜻을 알아주는 분들도 있다.

이러한 분들의 격려를 통해 많은 힘을 얻는다.

 

△시끌벅적사랑방의 시끌벅적한 사진들!

그동안의 활동경험을 토대로 변화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내가 일욕심이 많다. 남을 시키기보다는 혼자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과 책임감이 컸다. 그러다보니 혼자 일을 맡아서 했고 통솔했던 것 같다.

이제는 일을 나누어 준다. 그러면서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내가 다 맡아서 하다 보니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던 것 같다.

그걸 뒤늦게 깨달았다. 이런 일로 다른 사람이 속상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마을일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데 필요이상의 주인의식 오지랖이 강했던 것 같다.(웃음)

 

타기관이나 단체와는 어떤 형태로 협력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도봉구 자원봉사캠프와 함께 협력적으로 일한다.

그리고 주변의 상인 분들이나 일반주민 분들도 뜻이 맞으면 후원이나 봉사를 해주신다. 주민센터와도 가깝게 일한다. 마을에서 어려운 분들이 발굴되면 주민센터와 연결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드린다.

 

도봉구시민협력플랫폼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포럼이나 회의를 가보면 이상주의자 분들이 많다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을 느낄 때가 많이 있다.

처음엔 많은 회의에 참석했지만 두 번 정도 나가다가 안 가게 된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고 다양한 단체가 섞여 있다 보면 자신의 사업소개나 홍보만 하다가 헤어진다.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그룹들이 모여지게 그룹을 세분화했으면 한다. 그러면 공감대도 형성되고 대화가 통할 것 같다.

 

끝으로 해주실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보람을 느끼게 되고, 우리가 지향하는 꿈이 같으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 같다. 나는 내게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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