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민간단체 소개 인터뷰 #30
햇살문화원 (김부자 대표) |
하늘이 파란 가을날,
간송옛집 근방에 위치한 방학 극동아파트를 찾았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니 알록달록 노인정 팻말이 눈에 띈다.
도심의 빽빽한 아파트단지와 다르게
한적하고 조용한 주택가의 느낌이 든다.
어릴 적 향수를 불러오는 매력적인 곳이다.
아파트 지하에 위치한 햇살문화원의 계단을 내려가니
아이들이 예쁜 캘리그라피 솜씨로 적어 논 햇살문화원 소개가 보인다.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가며 사진을 찍었다.
계단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김부자 선생님이시죠?”
“네, 맞습니다.”
나는 사진 촬영을 멈추고
선생님께서 안내하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앉으세요, 바닥이 따뜻할 거예요.”
“지하라 습기가 많아서 난방을 틀었어요.”
영어로 빽빽하게 프린트된 용지를 보니
‘영어선생님이신가?’ 혼자 생각해본다.
우리는 자그마한 책상에 마주 앉았다.
❍ 햇살문화원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2013년 햇살문화원이 조성되면서 나의 마을활동도 시작됐다.
그전에는 마을활동이라는 개념도 공간지원 커뮤니티사업이라는 명칭조차 몰랐다.
나는 학교와 과외를 통해 고등학생을 가르쳤다. 현재는 햇살문화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 햇살문화에서 진행되는 전반적인 활동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문화원이지만 많은 강좌를 운영하기보다는 함께하는 마을 활동들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
초창기에는 정기 강좌로 공방을 운영했다. 공방을 운영하다보니 활동가들의 발굴이나 역량강화 차원에서는 상당히 긍정적 효과가 있었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가 어려워 활동의 확장에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3년 전부터는 외부로 나가서 주민들과 함께하는 활동들을 지향하고 있다.
햇살문화원에서 하는 활동으로는 현재 아파트 뒤에 사랑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123 데이’라고 해서 1,2,3대가 모여 밥을 먹는 마을잔치를 한다.
올 해부터 마을잔치의 명칭을 ‘123 데이’ 에서 ‘햇살마을 한 밥상’으로 바꾸어 아파트 주민뿐 아니라 주변의 빌라의 주민들도 함께 초청해 작은 공연과함께 행복한 시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오는 10월 17일에 ‘햇살마을 한 밥상’을 펼칠 예정이다.
이밖에도 어린이 캠프, 음악회 등을 진행했다.
❍ 마을잔치는 어떻게 준비하시나요?
각자 밥 한 솥, 반찬 한 가지씩을 해오고 고기와 국도 집에서 만든다.
햇살문화원에 주방시설이 없어서 각자 집에서 만들어온다.
활동가들은 순환되는 것 같다. 일이 생겨 빠지게 되면 새로운 누군가가 들어오고 그런 흐름 속에서 활동이 유지되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무언가를 하고 있음으로 해서 집안에 계시던 분이 밖으로 나오게 되고 서로 관계를 맺어 확장되고 끈끈한 유대를 맺을 수 있는 것 같다 .
현재 매주 목요일 마다 햇살마켓을 진행한다.
각자 반찬을 만들어서 햇살마켓에서 판매한다.
판매수익금의 일부는 햇살문화원에 후원해주고 나머지는 본인이 가져간다.
햇살마켓은 10명의 운영진들이 2-3명을 주축으로 순차적으로 돌아가면서 운영한다.
❍ 햇살문화원과 수제Bee 프리마켓은 어떤 연결고리가 있나요?
햇살문화원에서 공방을 운영하시던 선생님들이 주민자치회 주민들과 함께 활동하는 팀이 수제Bee 프리마켓이다. 말하
자면 햇살문화원이 수제Bee 프리마켓의 모태라고 볼 수 있다.
❍ 프로그램운영은 어떻게 하시나요?
해마다 프로그램은 바뀐다.
초창기에는 바느질, 퀼트, 뜨개질, 캘리그라피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현재 정기프로그램은 아동대상 캘리그라피와 영어 동화방이 운영된다.
외부활동은 행복텃밭 운영과 승강기와 게시판에 좋은 글과 그림을 게시한다. 격주에 걸쳐 새롭게 게시하고 있다.
❍ 행복텃밭을 운영함으로 해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행복텃밭운영은 먼저 신청을 받은 후 한 가구당 2-3개의 상자텃밭을 분양해준다. 그리고 원하는 채소를 키우는 것이다. 올해 40개정도 텃밭을 분양했다.
텃밭을 운영하면서 생전 처음 보는 이웃과 인사를 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닫힌 공간에서 밖으로 나와 주민들을 알아가는 것이 의미 있다고 본다.
텃밭운영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주민들이 집밖으로 나오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 햇살문화원이 지향하는 방향성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재작년에 이곳을 운영하는 것이 힘들어서 한동안 폐쇄를 할까도 생각했다.
여름이면 지하라 곰팡이가 너무 많이 생기고 힘들었다.
그런데 주민분이 재료비만 받고 바닥에 나무를 깔아주셨다.
덕분에 올해는 곰팡이 없이 잘 지냈다.
목표는 햇살문화원이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어서 어르신들도 오고 주민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여러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고정적으로 꾸준히 만남이 유지되는 결속력은 무엇일까요?
결국은 사람이다.
2016년 KBS 프로그램에 이웃 사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빠들에게 미션을 주고 미션수행에 성공하면 아파트에 무언가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9개의 가정이 참여해서 단체줄넘기를 했다. 매일 저녁에 모여서 줄넘기 연습을 하다 보니 친해지게 됐다. 아빠들이 친해지다 보니 엄마들도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다. 이웃 사이다 팀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애정과 결속력을 보여주었다. 지금도 가을만 되면 집 앞에 고추 깻잎 호박 같은 농산물들이 놓여 있다. 누가 가져다놨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서로 챙기고 정을 나누는 깊은 사이가 됐다.
이웃 사이다 팀의 아빠들은 지금도 1년에 4-5번씩 모이고 여행도 다닌다. 가끔 가족 전체가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한다. 이 모임을 주축으로 한 주민들의 모임과 기존 활동가들의 모임이 햇살 문화원의 커다란 원동력이 되고 있다.
❍ 말씀하신 것처럼 햇살문화원이 지속가능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나도 그게 제일 고민이다.
어쨌든 나와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해답인 것 같다. 혼자서 전전긍긍하다가도 나와서 사람을 만나면 방법이 생긴다. 그래서 사람은 만나야 한다. 정기회의를 통해서든 임시회의를 통해서든 활동을 통해서든 만나야한다. 사람을 만나고 나면 기운이 넘친다.(웃음)
❍ 활동 중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제일 힘들었던 것은 공간운영이다. 그리고 사람문제이다.
사람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 적정선을 유지하거나 조율하는 것이 어렵다.
나와 맞지 않는 주민을 쳐내는 것은 마을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끌어안고 가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
❍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사람이 제일 힘들게 하고 사람이 제일 힘나게 한다.
지지해주고 함께 해주시는 분들에 의해 힘을 얻는다.
❍ 그간의 활동경험을 토대로 단체들이 변화되어야할 지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단체들끼리 연합해서 활동할 때 단체끼리의 이기성이 보일 때가 있다. 그런 모습은 탈피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모습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야할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안다면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구체화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파트 담장을 넘어서 외부활동을 통해 주민들을 끌어 모으려 한다.
❍ 도봉구시민협력플랫폼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으면 한다.
다양한 분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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