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민간단체 소개 인터뷰 #31
소풍가는 길
(정희영 대표)
어제 미리 반디극장 주변을 검색했다.
캡쳐해둔 지도를 보고 도봉로를 따라 반디극장을 향했다.
내 기억으로 이 대로변을 종종 지나다녔는데
반디극장이 이곳에 위치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한 번도 못 봤다는^^)
도로를 따라 쭈욱 가다보니 2층에 반디극장 간판이 보인다.
극장??
음. 뭔가 올드하면서 친근감이 화악 든다.
극장 계단에서 인터뷰에 필요한 스냅사진을 찍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있다.
김은희 선생님이 계단을 올라오고 있다.
우리는 함께 반디극장으로 입장했다.
은희쌤과 희영쌤은 이미 안면이 있었다.
서로 안부도 묻고 웃는 모습에 친밀감이 묻어난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탁자에 둘러앉았다.
❍ 반디극장은 언제 오픈됐나요?
2017년 5월에 오픈했고 2년 조금 넘었다.
마을활동을 시작한지는 좀 더 오래됐다.
공간이름은 반디극장이고 활동단체명은 창작집단 소풍가는 길이다.
창작집단 소풍가는 길은 2015년부터 마을활동을 시작했다.
도봉산에서 청년들의 색깔 찾아주기 프로젝트의 한 꼭지로 ‘내 인생에 보물찾기’로 처음 시작했다.
그 후 반딧불이 낭독극장을 2년 가까이 했다. 마을카페, 주민센터 등을 돌아다니면서 하다 보니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2017년 5월에 반디극장을 오픈하게 됐다.
❍ 반디극장은 어떻게 운영하고 계신가요?
이 공간은 자비로 운영된다. 대관 수업이 있지만 횟수가 많지 않아 큰 도움은 안 된다.
다행히 월세가 다른 대로변에 비해 저렴하다. 최근 건물 주인이 월세를 올려달라고 해서 고민이다.(웃음)
극장은 공동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반디극장은 공연장, 연습장, 교육프로그램 진행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 중이다.
❍ 창작집단 소풍가는 길이 결성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우연이다. 대학로 극단에서 활동 중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도봉구민회관 정류장에서 내렸는데 극단원 한 명이 버스에서 내렸다. 한 동네에서 산다는 점이 너무 반가웠고, 그 뒤로 도봉지역에서 함께 뭔가를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두 명이 의기투합하여 처음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그때가 2014년이다.
❍ 현재 활동하는 단원은 몇 분정도 되나요?
8명 정도 된다. 상근 시스템을 갖출 수 없는 구조이고 대표도 월급을 가져갈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단원들에게 월급은 줄 수 없다. 그래서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배역을 맡기도 하고 스텝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공동체적 구조라고 생각하면 된다.
연령대는 20-30대 정도이고 성비는 반반이다.
❍ 어떤 공연과 프로그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대학로의 공연과는 차별성을 두었다.
우선 극장의 문턱을 낮추는 공연부터 시작했다. 그것이 관객참여형 공연이다. 주요배역은 배우들이 맡지만 작은 배역들은 관객들에게 맡겼다.
관객 서너 명이 무대에 올라와서 함께 대본을 읽거나 시를 낭독하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공연테마는 ▲ 관객이 참여하는 낭독극장 다른 하나는 배우들만 참여하는 ▲ 장소특정형 공연이다.
장소특정형 공연은 간송옛집이나 함석헌 기념관에서 한다. 그 인물들을 재조명하는 공연이다.
이 밖에도 ▲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으로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지역주민을 만나 문화예술 교육을 한다. 올 해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인문학학당과 협업해서 진행했다. 상반기는 도봉초등학교에서 하반기는 북서울중학교에서 진행한다.
❍ 앞으로의 활동방향이나 비전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마을활동을 꽤 했음에도 아직까지 저희 단체나 반디극장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저희 창작집단과 반디극장이 많이 홍보가 돼서 저희 창작집단을 통해 나도 문화예술분야에서 무언가 재능을 발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많은 분들이 아시고 참여하셔서야 하는데 아직 홍보가 잘 안 돼서 아쉽다. 참여하시는 분만 참여하는 실정이다.
❍ 홍보 전략이나 홍보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요?
예전에는 활성화가 안 되는 것이 홍보부족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입소문이 나야 활성화가 되는 것 같다. 현장에서의 체험을 지인에게 소개하는 입소문이 중요한 것 같다. SNS에 올리고 홍보포스터 뿌리고 하는 것은 ‘아, 이런 게 있네.’ 하고 그냥 지나친다. 홍보가 불특정다수에게 알리는 효과는 있겠지만 참여하는 원동력이 되지는 않다. 마을홍보는 많이 경험시키고 '한 번 더 데리고 와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마을은 좁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옆집사람을 동행시키는 방식이 훨씬 접근성이 좋은 것 같다.
❍ 활동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처음 공간이 없었을 때, 공간 없는 설움(?)이다.
마을카페에 허락을 구하고 갔음에도 영업적으로 방해된다는 눈치(?)를 준다. 주민센터의 경우도 2시간을 대여했음에도 30분 전부터 정리하라는 시선을 준다. 그런 부분이 힘들었다. 그래서 마음먹고 뭔가를 하려면 우리만의 공간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공간을 마련했다.
초창기 회의공간이 없을 땐 찻값이 싼 맥도날드에서 회의했다.
사실 연습공간이 없어서 낭독극을 하게 된 이유도 있다. 낭독극은 카페에서도 어느 정도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작이 있는 연극은 사실 반디극장이 마련되면서 부터 조금씩 시작했다.
우리가 뜨내기 같이 보였는지 마을활동을 나름 열심히 해도 마을에서는 쉽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거의 외부사업을 따서 마을에서 활동을 했다.
올 해부터는 마을에서 활동 요청이 들어온다. 그래도 마을 활동한 것이 헛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힘듦에도 내가 활동을 지속 가능하게 한 동력은 무엇일까요?
연극하는 사람이다 보니 공연할 때의 즐거움이 가장 크다.
관객이 좋아해주시고 다음 공연은 언제 하냐며 관심을 주실 때 힘이 된다.
학부모교육에서 마음을 닫았던 분이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편안해 하실 때도 힘이 된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한 꼭지로 어슬렁반상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도봉구 청년반장을 4년째 맡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의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고 있다. 청년들의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도 힘이 된다. 그리고 반디극장을 통해 청년들이 서로 공감하고 힘을 얻는 장소로 이용되는 것도 나에겐 의미 있고 활동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 어슬렁반상회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세요.
어슬렁반상회는 8명 정도의 청년이 모여서 6회차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청년들이 집밖으로 나와서 활동하게 하는 일상지원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과 별개로 청년들이 후속모임도 갖고 영화도 보고 맥주도 마시고 한다.
청년활동지원센터라고 하면 모두 청년수당으로만 생각하는데 그 안에 좋은 프로그램도 많이 있다.
어슬렁반상회는 일상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청년반장은 구마다 한 명씩 있어서 25개구에 청년반장이 있다.
청년반장은 각자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진행한다. 25개의 자치구 청년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프로그램을 찾아서 들으면 된다.
❍ 활동경험을 토대로 단체 간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우선 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으면 한다. 그래야 그 단체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이해하고 파악이 될 것 같다.
연극 같은 경우 개별 활동은 편한데 같은 분야가 조인해서 뭔가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분야가 다른 경우 콜라보해서 할 수 있다면 시너지효과도 클 것 같다.
예컨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하는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은 예술가와 기업가가 매칭 돼서 서로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이다. 예술인은 돈이 없고 기업인은 콘텐츠가 없으니 함께 협업해서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하는 사업은 재단차원에서 기업과 예술인을 모집해 협업하는 시스템이 갖춰졌지만 마을은 아직 마을기업과 마을예술인을 매칭할 시스템이 없다.
플랫폼이 마을에 있는 기업리스트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분야 등을 조사해서 자료로 남긴다면 앞으로 이런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도봉구시민협력플랫폼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단체 간 연결고리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플랫폼이 연결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로 교류하지 않으면 고인물이 된다. 창작도 마찬가지다. 타성에 젖어 자극을 받지 않으면 고인물화 되어간다. 외부부터 자극을 받기위해서는 서로 자주 봐야한다. 같은 분야가 아니더라도 서로 봄으로써 자극을 받고 변화지점을 찾게 되고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해 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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