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민간단체 소개 인터뷰 #44

 

 

함석헌 기념관(실장 윤채원)

 

오늘은 함석헌기념관에서 근무하시는 윤채원 선생님을 만나러 간다.

인터뷰이로 추천을 받아서 찾아뵙는 윤채원 선생님의 이야기보따리가 궁금하다.

도봉구민회관 건너편 정의여고 근처에 있는 함석헌기념관은 일반 주택가 안에 자리하고 있는데 깔끔하게 정리된 가옥의 정경이 주변 가옥과 대비를 이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위험으로 인해 2월 초부터 함석헌기념관도 임시휴관이라 대문이 굳게 닫혀있다. 휴대전화로 선생님께 문 앞에 와있다고 알리니 선생님께서 대문을 열어주시러 나오셨다.

“안녕하세요”

“네, 어서 오세요”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함석헌 기념관으로 들어서니 깔끔하게 정돈된 아늑한 분위기가 나를 반긴다.

처음 이 장소를 방문한 터라 궁금한 것이 많아 공간 곳곳을 먼저 스캔하고 선생님께서 안내해주시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따뜻한 차를 앞에 두고 선생님과 마주 앉았다.

 

 

▲ 함석헌 기념관

 

❍ 본인 소개와 함께 지역에서 활동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곳 기념관 직원이자 글을 쓰는 작가이다. 무명의 작가지만...(웃음)

도봉문인협회 소속으로 8년 정도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하며 도봉의 문인들과 교류하는 기회가 많았고 지금도 이사로 문단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도서관이나 책사랑방에서 아이들 논술 수업, 성인 글쓰기 강좌를 진행했고, 2014년 4월부터 김수영문학관에서 3년을 근무하다 2017년 4월부터는 이곳 함석헌기념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나는 시를 쓰고 수필을 쓴다. 에세이집 두 권을 냈다. 2013년 첫 번째 수필집 <윤채원의 토닥토닥>과 2017년 두 번째 에세이집 <마음을 탐하다>를 출간했다.

<마음을 탐하다>는 2017년 세종 우수도서로 선정된 작품집인데 도봉의 인물들과 도봉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담겨있다. 도봉지역에서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의 이야기도 책에 담아내게 되는 것 같다.

두 번째 에세이집 출판기념회를 마을카페인 <행복한이야기>에서 진행했는데 도봉 지역의 지인들이 함께 준비하고 축하해주셨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 하고 서로의 기쁨을 같은 크기로 느끼며 응원해주는 귀한 인연으로 산다는 것에 큰 감사함을 느꼈다.

 

▲ 윤채원 선생님

❍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지역 활동 단체에 소속되어 일을 한 것이 아니라 글 쓰는 일을 주로 해서 지역의 문학단체인 도봉문협에서 활동하며 주로 문학과 관련된 행사를 기획, 진행했다. 지역에 거주하시는 향토시인들을 초대해 문학 강연회를 열거나 시 낭송회를 열어 주민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그 후 2013년 김수영문학관이 개관된 후로는 김수영문학회를 2014년에 발족해서 인문학 강좌, 시 콘서트, 시낭송 모임 등을 진행하며 문학회 회원들과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금도 6년째 인문학 강좌와 스터디를 하면서 김수영문학을 알리는데 애쓰고 있다.

그리고 방학3동에서 진행된 마을미디어교육을 받고 은행나루마을방송국에서 팟캐스트, 아름드리초대석, 문학이 꽃피는 나루, 수필집 낭독 등을 진행하다 지금은 잠시 휴식기에 들어갔다.  

 

요즘은 몇 개의 낭독 모임을 만들어 소리 내어 책 읽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직장인으로 살다 보니 개인적인 활동에는 시간적인 제약을 받는다.

사람과의 관계와 인연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때때로 모든 것이 차단된 답답한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근무하게 된 후로는 함석헌 선생님에 대해 새로 공부할 것도 많고 기획해야 할 일들도 많아 다른 활동을 할 여력이 없었다. 보람을 가지고 분주하게 잘 지낸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 외로움이 밀려들었다.

내가 그들을 찾아갈 수 없다면 사람들이 기념관으로 올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념관 활성화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이 되어 함께하고 있다.

 

❍ 이런 모임은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나요?

기념관에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로 ‘힐링 인문학’이다. 어느새 3년 차로 들어섰다. ‘무욕청정’시낭송 모임도 기념관에서 진행된다. ‘무욕청정낭송’ 모임은 한 달에 두 번씩 모여서 함석헌시와 각자 준비한 애송시를 낭송하는데 도봉지역 외에도 강북, 수유, 노원 등에서도 오고 있다. 또 한 달에 한번 만나는 ‘수요락(수요일에 만나는 즐거움)’이라는 낭독’ 동아리가 있다.

외부에서 진행하는 ‘끌림낭독회가 있고, 최근에 새로 만든 ’겹불낭독회‘가 있다. 퇴근 후 외부에서 진행하는 낭독회에 가보니 일처럼 느껴지지 않고, 분위기가 서로 다른 낭독회를 통해 좋은 사람들과 만나 ’소리 내어 읽는 즐거움‘으로 소통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끌림’과 ‘겹불’낭독회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모이게 됐고 오픈된 모임이라 관심 있는 분들도 언제든지 참여가 가능하다.

나의 꿈은 도봉지역에 삼삼오오 낭독 모임이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소리 내어 읽는 즐거움’에 동참하는 기쁨을 공유하는 것이다. 다양하고 특색 있는 낭독회가 도봉구 곳곳으로 번져나가는 것을 꼭 보고 싶다.

 

▲ 함석헌 기념관 전경

 

❍ 함석헌기념관에서는 근무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이곳에서 근무한 후로는 아무래도 ‘인권’이나 ‘평화’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거 같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지 않는가.(웃음)

함석헌 선생님을 <씨알의 소리>나 <사상계>를 통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곳에 근무하면서부터는 책도 읽고, 강의도 들으러 다니고, 생전 영상을 보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공간 활성화를 위해 주민들께 공간을 오픈하고 대관해서 친밀감을 갖는 일에 집중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1년에 한 번씩 정원음악회를 개최하고 온실에서 미니가드닝강좌, 함석헌 사상강좌, 시인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듣는 ‘시월의 문학’ 등 다양하게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기념관에 씨알갤러리가 있는데 지역 예술인들에게 무료로 대관하며 지경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김수영문학관에 근무하면서 시문학에 집중했다면 이곳에서는 아무래도 함석헌의 사상과 관련된 인권, 자유, 비폭력, 평화, 등 함석헌 선생님의 정신을 알아가는 일에 집중하게 되는 거 같다. 기념관에 근무하면서 나 자신이 조금 더 깊어지는 것 같다.

 

❍ 어떤 분들이 주로 방문하시나요?

다양하다. 초창기에는 주로 어르신들이 오셔서 둘러보시거나 강의를 듣고 가셨다. 최근에는 마을사업이나 혁신교육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방문한다. 마을여행팀, 탐방동아리, 가족단위 등 다양하게 방문하고 있다. 현재는 초창기보다 많이 알려진 공간이 되었다.

 

❍ 도봉문인협회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문학작품으로 등단한 도봉의 문인들이 모인 사단법인이다. 도봉지역에 사실 향토작가들이 꽤 많은데 훌륭하신 분들이 지역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매우 안타깝다. 도봉문인협회는 도봉을 대표하는 문인단체고 작품집 출간뿐 아니라 시화전, 시낭송회, 문학스터디, 도봉의 문학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전문작가들의 모임이다.

 

▲ 함석헌 선생님

❍ 함석헌선생님과 기념관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권운동가이자 언론인, 사상가, 비폭력 평화 운동가이다.

한국의 간디라고 불려졌다. 1901년에 태어나서 1989년에 돌아가셨다. 3.1만세운동에 직접 참여하셨고 우리나라의 지난하고 아픈 역사 전체를 관통하고 사셨기에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셨던 분이다. 독립운동, 민주화운동을 하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하시다 돌아가셨고, 아무런 권력이 없는 씨알들이 이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말씀하셨던 훌륭한 분이다. 평북이 고향인 선생님은 북에 어머님과 큰아들, 큰딸을 두고 오신 이산가족으로 살다보니 더 이상의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 사실 선생님은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평화상 후보로 두 번이나 추천됐다.

함석헌기념관은 2015년 9월에 개관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는 가끔 기념관의 작은 규모에 놀라며 쌍문 2동 이곳에 함석헌기념관이 있는 것을 궁금해 한다. 이곳은 함석헌선생이 마지막 여생을 보낸 곳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통해 왜 평화가 중요한지, 왜 우리가 전쟁을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앞서 걸으셨던 함석헌 선생님의 발자취를 통해 인권과 평화의 중요성 그리고 함석헌 선생님의 철학과 사상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기념관하면 어느 정도의 규모가 갖춰진 곳을 상상하게 되는데요, 함석헌기념관은 크지는 않지만 지역사회에 잘 스며든다는 느낌이 듭니다.

규모가 작지만 실제 그분의 흔적과 정신이 남아있는 공간에서 함석헌의 정신과 사상을 알리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아래 커뮤니티공간이 있는데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아와 책을 읽고 가기도 한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간의 주체로서 지역주민들의 회의나 동아리 모임에 공간을 대관하고 있어서 그런지 주민들이 기념관에 친밀감을 갖고 있는 게 느껴진다.

 

❍ 홍보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함석헌 기념관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기획을 많이 한다. 인물기념관이다 보니 선생님의 정신과 사상을 알리는 ‘함석헌 사상강좌“가 매년 4월에 진행되고 있다. 올해 사상강좌의 주제는 ‘노장으로 만나는 함석헌의 평화’이다. 앞으로도 함석헌의 사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볼 예정이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정원음악회가 9월에 진행되고, 매년 10월에 시인들을 초대해 지역주민들에게 문학 강좌를 한다. 씨알갤러리 전시공모를 통해 참여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충분히 홍보 효과도 있다.

인물기념관이긴 하지만 다양한 공간을 주민들에게 무료대관하면서 지역주민의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함석헌 기념관 입구
▲ 함석헌 기념관 내부 전시실( 사진 위), 함석헌 선생의 유품과 서재(사진 아래)

 

❍ 함석헌기념관의 방향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우선 인물을 놓치지 않고 함석헌의 사상과 정신을 계승하면서 지역사회에 열린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평화, 인권, 비폭력의 문제는 지금도, 앞으로도 여전히 중요한 화두가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함석헌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함석헌 선생님의 정신과 그가 걸었던 발걸음을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과도 함께하고 싶다. 함석헌과 동시대에 사시며 활동하셨던 분들과 연관단체 및 외부 기관과 함께 교류하며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다.

 

❍ ‘사부작사부작’ 일을 하신다는 말씀을 들으면서 지역에서 드러나지 않게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많이 하신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함석헌선생님이 말씀하신 ‘씨알’은 씨앗을 얘기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의 주체가 되고 평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하셨다. 모두가 주인공이 돼서 씨앗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부작사부작’은 아까 말한 대로 천천히 깊게 ‘씨알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말이다. 나로 인해서 누군가가 열매를 맺으면 축하할 일이고 기쁜 일이다. 나 역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내 곁에서 충분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격의 문제도 있겠지만 드러나지 않고 사부작사부작 일하는 게 좋다.(웃음)

 

❍ 활동 중에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사람들과의 관계의 문제인 것 같다. 상황에 따라서 쉽게 변하거나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게 사람에게 다치고 상처 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위로받고 용기를 얻을 수 있어서 그렇게 극복하는 것 같다. 세상엔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웃음)

 

❍ 활동의 동력은 무엇인가요?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더불어 가는 세상이다. 타인의 아픔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이런 마음을 지켜가고 싶다. 큰 욕심은 없다. 더러 바보 소리를 듣더라고 손해 보는 듯한 삶을 살고 싶다. 글로 사람으로 책으로 힐링하며 동력을 얻는다.

 

❍ 활동 경험을 토대로 지역단체가 변화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어떤 행사나 모임이 진행될 때 인맥이나 끼리끼리 문화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하게 포용하는 태도를 가졌으면 한다. 당장의 결과물이 아닌 멀리, 길게 보고 깊게 생각해서 행동했으면 한다.

 

❍ 도봉구시민협력플랫폼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무엇이든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시민력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니 단체나 조직의 자익보다 시민의 역량강화를 위해 시민을 우선순위에 두었으면 한다. 그리고 더 많은 도봉지역사람들이 도봉구시민협력플랫폼을 알 수 있도록 홍보했으면 한다.

▲ 유리온실/ 커뮤니티 공간

 

 

 

☞ 도봉문화재단 상임이사 인터뷰 https://dbplatform.tistory.com/135?category=741713

☞ 함석헌 기념관(도봉) http://hamsokhon.dobong.go.kr/intro.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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