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처음 지역이라는 것을 보게 된 것은 어린이 도서연구회 도봉지회에서 활동을 하면서였다. 도봉지회 지회장으로 활동을 하면서 지역의 활동가들을 만나게 되었고, 어린이도서연구회 활동의 일환으로 ‘책 읽어주기 자원활동’을 하면서 좀 더 가깝게 지역과 만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내가 가지고 있던 책을 기부하면서 ‘책을타고날다’를 알게 되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아이들을 만나는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교육복지 영역의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이유라고는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 동기가 나의 어린 시절 환경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지역은 고아원이 많은 지역이었고, 고아원에 있는 친구들은 똑같은 옷을 입고 학교에 다녔다. 그중에는 내 친구도 있었는데, 왠지 나는 그것이 너무 싫었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돈이 없어서 중학교에 입학을 못하고 공장에 취직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그런 상황들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던 것 같다. 이런 경험들이 내가 지역에서 교육복지 활동을 자연스럽게 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 도봉구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책을타고날다’는  2012년부터 교육복지사업을 통해 저소득가정, 교육 사각지대, 심리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을 위한 독서심리상담과 학습지원을 위한 단계별 독서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만나왔다. 
 독서심리상담은 가정방문 형태로 아이를 둘러싼 기본 환경을 파악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지만 방문이 어려운 가정들은 학교와 협력하여 학교에서도 진행하고 있다. ‘책을타고날다’를 탄생시킨 주요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책을 매개로 아이들의 정서적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작년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학습격차로 인해 교육격차가 심각해졌고, 아이들의 문해 수준도 급감했다. 그래서 작년부터 문해코칭으로도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자원활동가들이 찾아가는 그림책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활동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데, 이렇게 ‘책을타고날다’에서 진행되는 모든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을 지원하면서 위기 아동을 발굴하고, 학교와 지역 기관과 연계하여 아이를 중심으로 학교와 학교밖의 강사, 지역아동센터나 기관들이 함께 지원하는 교육복지 네트워크의 논의 테이블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할동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 강사단과 그림책 자원활동가의 역량강화 교육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결국 아이들의 문제상황은 부모에게서 출발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부모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래서 ‘부모성장을 위한 희망의 인문학’ 사업을 하게되었다. 부모의 성장을 통해 자녀와 가족간 긍정적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시도였고, 북부교육지원청의 지역기반형 사업으로 6년간 진행해 왔다. 지금은 북부교육지원청의 직접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고, 우리는 방학동을 중심으로 인문학의 필요를 느끼는 부모들과 작은 규모의 인문학을 진행하려 준비하고 있다. 지난 6년간의 인문학 진행을 통해 만나게 된 다문화 가족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문화와 언어의 차이로 인한 자녀교육과 가정생활임을 파악했고, 이를 위한 맞춤형 작은 인문학을 준비하고 있다. 다문화 가족 부모들을 위해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한글을 익힐 수 있는 그림책 인문학을 준비하고 있다.

■ 단체가 생기게 된 배경과 과정을 이야기 해주세요
 단체를 결성할 때 같이하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고 있지만, 당시 사회상황을 반영하여, 도봉의 아동청소년 실태조사를 진행했던 결과를 기반으로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아이들이 자기 자신이라도 힘을 기르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그런 역할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결성된 걸로 알고 있다.  
 처음 시작은 아이들을 만나기 위한 작은 도서관이었으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도서관에 오지 않았다. 해서 아이들을 만나러 책을 들고 직접 찾아가는 교육복지 사업을 하기 위해 비영리민간단체인 ‘책을타고날다’를 결성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만나기 위한 지역활동가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교육과, 아이들의 성장에 도구가 되는 콘텐츠의 개발을 하면서 10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이 성장하면 우리도 함께 성장하며 변화 발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책을타고날다’의 고유 목적성을 잘 지키면서 경제적으로 여전히 힘들지만 잘 버티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활동을 기반으로 지금은 자립을 위해 모색하고 있다. 우리 단체는 독서심리상담 강사단과 그림책 자원활동가들, 후원회원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학교와 협약하여 학교에서도 아이들을 만나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늘 경제적 자립을 위한 고민은 10년째이다. 
 교육복지영역에는 이해의 폭이 넓지 않아서 기부나 후원이 어렵다. 직접 활동하는 우리들조차도 후원에 대한 권유가 쉽지 않다. 몇 년 전에는 NPO지원센터의 도움으로 모금의 기술을 교육받아보기도 했다. 그때 들었던 가장 유익한 말은 ‘우리를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활동의 가치에 투자하고, 지지하라’고 당당히 말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전히 쉽지는 않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우리는 우리 단체의 활동 가치에 후원 가능한 방법을 회원들과 고민하고 있다. 


■ 단체의 중심사업과 주요활동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책을타고날다’의 중심사업은 앞에서도 말했던 것 같은데, 역시 교육복지 사업이다. 독서심리상담이나 문해코칭, 진로형 독서 등은 콘텐츠를 넘어 저소득 가정, 교육 소외 아동,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아동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이다. 특히 교육사각지대의 친구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사각지대에 있는 친구들은 지원체계가 없어서 도움을 받을 길이 없다. 우리가 사각지대 친구들 발굴하여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그림책 멘토링 사업이다. 위기 사례는 이른 시기에 발굴하는 것이 중요해서 지금은 그림책 멘토링 대상을 유아까지 확대하여 만나고 있다. 아이들의 성장단계에 맞게 다양한 주제의 책으로 만나고, 놀이로도 만나면서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지지하는 ‘그 아이만을 위한 한 사람’을 만들어 주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책으로 만나는 활동을 놓지 않는 이유는 결국 문자인식력이 생활인식력과 연결이 되고, 학습 능력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문자인식력 만큼은 놓치지 말자.’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을 이어가기 위해 학교와 끈임없이 협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책을타고날다’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처음에 교육복지의 이해를 기본 과정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그림책으로 자원 활동을 시작하여 지역의 교육환경에 대한 이해를 경험하고, 아이들을 만나는 경험을 쌓으면 면담을 통해 강사로 활동하게 된다. 강사들의 전문성을 위해서 역량강화교육으로 자신감이 생성되고, 경험 축적으로 더 많은 활동이 가능하게 되는데, 현재는 적은 인원인 강사단 8명, 자원활동가 14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활동의 플러스@는 사람을 지역에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현재 활동의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경제적인 부분이다. 그래서 지금 강사단과 학습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넘어 이렇게 의미 있는 활동의 지속성은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지, 경제 구조를 가지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좋은 활동이 있지만 활동을 담을 안정된 공간을 갖는 것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다행히 기회가 주어져 산돌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어려움이 많고, 갈 길이 멀기도 하다. 그렇지만 새로운 기회라 생각하고, 함께 고민하면서 새로운 것을 모색하고 있다.

■ 가장 의미가 있었던 일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책을타고날다’의 활동을 하면서 독서심리상담으로 만난 아이가 있었는데, 중학생 남자친구로 코끼리 증후군으로 무기력증에 빠져 학교에 안 가는 날이 많아 유급이 될 상황의 중학생 친구였다. 어려서 부모님의 이혼 과정에서 정서적 불안이 치유되지 못한 채 오랜 시간 방치되면서 무기력증에 빠지고 되었다. 넘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발견하게 되었는데, 학교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선생님과 함께 의논하면서 만났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학교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선생님의 열정과 자기 힘이 조금씩 생기면서 나름 미션을 수행했던 친구이다. 다른 공부는 도저히 할 수 없고, 역사는 할 수 있겠다며 성적을 올리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봄에 만났는데 가을 학기에 성적표를 들고 왔고, 80점 대의 우수한 성적을 보여주었다. 학교 주변을 산책하면서 “부모님의 이혼이 창피한 일이 아니라는 걸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말을 하는데, 순간 지역에서 내가 하는 이런 활동의 필요함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아마도 지금까지 그 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렇게 의미가 있는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민간단체의 힘이 너무 미약해서 고민도 많이 하게 된다. 그럴땐 우리 같은 단체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 언덕을 교육복지센터가 해주면 좋을 것 같다.

■ 도시넷에 바라는 점
 사실 이름은 많이 들었고, 작년부터 아동청소년분과로 지역에서 연계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도시넷의 정체성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정확하게 설명은 하지 못할 것 같다. 
 2010년 도사넷의 활동을 만났었고, 그때는 나의 역량이 부족해서 몇 번의 회의를 끝으로 참여하지 못했었다. 그때 그 모임이 네트워크 활동의 계기는 되었으나 지속적이진 않았었다. 현재 도시넷의 활동이 어떻게,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시넷이 지역에서 민간의 의견을 수렴하고 힘을 모아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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