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활동의 시작,청소년
아이가 다섯 살 때 도봉구에 이사와 아이가 17살이 되었는데 벌써 10년이 넘었다. 처음 도봉구 현재 살고 있는 도봉1동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서울에 이런 시골같은 느낌이 있는곳이 있다는 것에 놀랬고 한편으로는 어릴적 살던 나의 고향의 모습과도 매우 흡사해 정감이 가기도 한 그런 동네였다.동네를 익히기 위해 다니다 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청소년들이 있었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들로 보였는데 학교를 파하고 학원에 가 있음직한 시간에 동네 빌라 근처나 인적이 드문 건물 앞에 앉아 그냥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던지 간간히 친구랑 얘기를 나눈다던지 하는 모습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어 보였다.
10여년 전이니 그 당시에는 휴대폰이 일반화 되지 못했던 때라 갈 곳이 없는 친구들은 놀 거리를 찾아 동네를 배회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처음 이사 온 나에게 동네를 배회(그 당시 내 눈에는 그리 보였다) 하고 다니는 청소년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런 청소년들을 보면서 생각했었다. 내가 이 동네에서 저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이라도 해야겠다. 보탬이 된다면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다. 어쩌면 그때 만난 청소년들로 인해 나의 지역 활동의 계기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때 만났던 아이들 그 아이들의 바라보면서 가졌던 나의 결심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는 아이가 혁신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학부모회 활동을 시작했고 2015년 도봉구가 혁신교육지구가 되면서 학교를 넘어 지역에서 활동하는 자연스런 계기가 된 것 같다.

■지역에서 만난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 작은도서관
도봉에 이사 와서 내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사람이 아닌 공간이었다. ‘초록나라도서관’ 그 당시 이사 오기전 살던 곳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늘 가던 곳이 어린이 도서관이였는데 어린이 도서관은 고사하고 큰 도서관조차 주변에서는 찾기가 힘들었다. 내가 다니는 교회 젊은 엄마께 물으니 우리 교회 바로앞 2층에 어린이도서관이 있는데 책도 대여해 주고 책도 읽을 수 있는 편안한 곳인데 동네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이다. 그 즉시 가 보였다. 정말 고개를 조금만 올려다보니 초록나라도서관 간판이 보이고 문이 열려 있었다. 지척에 두고도 몰랐던 것이다. 도서관에는 봉사하시는 분 한분 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조그만 공간에 집처럼 편안해 보이고 어린 아이랑 오기에는 딱인 곳이었다. 봉사하시는 분이 얼마 되지 않으셨는지 나를 보고도 눈 인사외에는 아무런 제스처가 없으셔서 나도 대면대면 대충 둘러보고는 나왔던 기억이 있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 이 분은 나를 보자마자 도서관 곳곳을 설명해 주시고(사실 도서관이 그리 크지 않았다) 도서관이 생긴 배경부터 도서관에서 하는일,회원이 되면 받을 수 혜택 등 조목조목 신이 나서 설명을 해 주시는 거였다. 도서관에 열정이 참 남다른 분이시구나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이 바로 초록나라도서관을 시작하신 분이신 이순임관장이셨던 것이다.
초록나라도서관과 나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도봉에 이사와 사람과 인연을 맺기 전보다 먼저 인연을 맺었던 곳. 그래서 어떤 사람보다도 애틋하고 정이 가는곳. 아마도 초록나라도서관과의 인연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 초록뜰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초록뜰의 탄생 배경
초록뜰의 전신은 초록나라도서관이다. 지역에서 10여년 동안 작은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작은도서관을 살리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회비를 내 주시는 회원분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였고 10여간 한번도 보증금과 월세를 올려 받지 않으신 건물주의 배려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2017년 전세 2억으로 오리겠다는 거물주의 통보를 받았고 초록나라도서관은 위기에 봉착했다. 그 당시 3대 관장을 맡았던 김일오관장은 자리를 맡은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 소식을 접하고 밤잠을 설쳤고 나는 잠시 구청 혁신교육지원센터에서 근무를 할 때라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줄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할지 참 고민스러운 지점이였다. 주민들이 스스로 도서관을 세우고 활동가들이 활동비도 없이 열정 하나만으로 유지되는 사립작은도서관에 2억이라는 금액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어쩌면 초록나라도서관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도 있었다. 
활동가들이 힘을 잃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힘을 보탤수 있는 방법은 초록나라도서관이 도서관으로써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초록이 어려움에 봉착해 있을 때 박원순 시장님이 도서관에 오시는 기회가 생겼고 도서관에 오셨다 가신 시장님께서 초록나라도서관의 어려움을 들으시고는 지역의 이런 도서관은 계속 유지되어야 되는게 맞다고 얘기하시면서 서울시의 배려로 초록나라도서관은 지금의 마을활력소 초록뜰로 이사를 할수 있게 되었다. 서울시에서 예산을 지원해 주고 구청에서는 그것들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사무처리를 해 주시고 민간으로 있던 초록나라도서관 활동가들은 공간을 위탁 받기 위해 법인을 준비했다. 법인이 무엇인지 위탁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법인을 만들고 지금의 초록뜰을 위탁받아 운영해 오고 있다. 초록뜰은 그렇게 탄생이 되었다.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역에서 품앗이 공동체로 아이들의 기르고 성장시켰던 엄마활동가들이 지켜왔던 초록나라도서관이 씨앗이 되어 마을공동체로 마을교육공동체로, 세대를 아우르는 공간으로 지금의 초록뜰이 있는 것이다.


■초록뜰은 이런 곳이에요
초록뜰은 2019년 단층으로 신축되어 6월경 마을활력소 초록뜰이라는 이름으로 개관을 하였다.
한쪽에는 책을 읽을수 있는 공간과 한쪽에는 차를 마실수 있는 작은 카페의 구조로 되어 있고 주민 누구나 이용 기능한 공간이다. 1층이 공간 하나로 되어 있다 보니 소모임을 할 수 있는 단점이 있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2층에 소모임 할 수 있는 구조로 지금 한창 공사가 진행중이다.
올해 안에는 완공 될 예정이다. 완공이 되면 공간 활용도가 휠씬 클 것으로 보인다. 
공사전 공간의 문을 열어 놓으면 지나가다 물 한잔 달라해서 마시고 가는 아이, 오래 공부해도 되냐며 공부하러 오던 대학생, 점심시간 커피 마시러 왔다던 근처 직장인들, 뜰에 심어 놓은 상추를 따러 오던 동네 어르신..
한창 공사중이여서 한동안은 그 분들을 볼수 없어 아쉽지만 이후에도 초록뜰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동네의 참새방앗간 같은 곳이었으면 참 좋겠다. 희망하기는 청소년 참새들이 모여 쉴 새없이 조잘거리는 모습이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해 본다. 그런 상상만 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

■고민과 성장 그리고 앞으로의 길
초록뜰로 이사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야 늘 어느 세계에서나 존재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그런 겉도는 이야기들이 힘을 잃게 하고 맥 빠지게 할 때가 있다. 오해 아닌 오해를 낳기도 한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초록뜰은 여전히 활동가들이 열정페이로 활동을 하고 있고 인건비는 받지 못하는 구조이다, 
오히려 초록뜰이라는 좋은 옷을 입고부터는 더 많은 시간을 봉사로 공간을 지켜야 하고 더 많은 일들을 해야 한다. 민간의 순수한 활동가들이 비영리 법인이라는 큰 단체를 만들고 만드는 과정에서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배웠고 활동의 원동력이 법인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뼘 더 성장해 왔지만 지금도 여전히 고민과 어려움의 과정에 있다. 초록나라도서관이 지켜왔던 마을공동체를 초록뜰안에서 어떻게 실현시키고 이어나갈 것인지, 초록뜰이 어떠한 공간으로 주민들과 함께 할지, 그 뿌리는 곤고히 세우되 마을공동체를 넘어 마을교육동공동체, 마을돌봄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공간으로써의 재도약을 뀸꿔 본다.

■도시넷에 바라는 점
2020년 10월 법인의 대표를 이임 받고 나서 법인에 대해서 좀더 알고 싶고 배우고 싶었을 때 막연했다.
도봉에서는 그것들을 물을수 있는 플랫폼이나 마중물 역할을 해 줄수 있는 곳이 없어 보였다, 혼자서 알아보거나 아는 분께 물어물어 전문가를 찾아가 자문을 구하는 정도였다. 비영리 법인이 돈이 없다 보니 지인 카드를 써서 찾아가면 딱 거기까지만 자문을 얻고 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도봉에 분명 나와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언제든 찾아갈수 있는 플랫폼 같은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넷이 그런것까지도 다 아우를 수 있는 플랫폼이 되면 좋겠다는 것은 나의 욕심일지 모르지만 시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줄 아는 곳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내가 시민넷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 않아서 늘 미안한 마음이 크기에 무엇을 바란다는 게 욕심이지 싶다.
시민이 손 내밀 때 손잡아 주고 눈물 흘릴 때 함께 울어주고 기쁠 때 함께 웃어 주는 것만으로도 시민넷의 힘이지 않을까 싶다. 내 안에서 늘 내 스스로 외치고 있는 연대의 힘! 그것이라면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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