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오경희 / 에디터
활동을 하다 보면 도봉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어서 좋아요. 그러다가 저의 레이더망에 딱 걸린 공간이 하나 있어요. 어르신 1인 가구 거주공간 '해심당'의 1층에 위치한 카페 '향(이하 향)'이라는 곳이에요. 처음에는 '이런 골목에 이런 예쁜 카페가 있다니'하고 놀랐어요. 알고 보니 도봉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한다는 게 아니겠어요? 실행력 높은 활동가인 제가 바로 연락을 했어요. 향을 운영, 관리하는 박지은 사회복지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었어요.
도봉시니어클럽 사회복지사 박지은 / 인터뷰이
아쉽게도 저는 도봉에 거주하지 않아요. 하지만 언제나 도봉은 제 근처에 있었더라고요. 가까운 노원에서 대학 생활을 했고, 언제나 저의 이동 반경에 도봉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색하지 않았죠. 물론 제가 거주하는 지역에 일자리가 많지 않은 것도 서울로 오게 된 이유 중에 하나겠지만요.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사회복지법인에서 회계 업무를 했었어요. 꽤나 매력을 느꼈나 봐요. 행정 처리만 하는 경리가 아닌 사회복지사로 도봉시니어클럽(이하 도시클)에 합류하게 됐거든요.
카페 향은 어르신들의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공간이에요. LH의 공간 임대 사업을 통해 얻은 공간이죠. 기존 어르신 일자리 환경 문제와 적은 소득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죠. 다행히 잘 운영되고 있어요. 나름 어르신들께 전달되는 소득도 괜찮고, 자신의 활동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일자리예요. 그래서인지 현재 향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하시는 대기자가 많아요.
"제가 카페 향 담당자라고요?"
카페 향은 작년, 21년 7월 탄생했어요. 제가 작년 11월에 입사를 했으니 향이 저보다 선배라고 할 수 있죠. 처음부터 저는 향의 담당자가 아니었어요. 막 도시클에 들어와 일을 배우기 위해 여러 사업의 부사수로 투입된 것들 중에 하나였죠. 특히 11월은 연말이었기 때문에 보조하기도 벅찼어요. 이전 담당 복지사님에게 인수인계를 받아 지금은 제가 담당으로서 관리를 하고 있어요. 담당이 되니 해야 할 게 많더군요. (웃음) 매장 관련하여 전반적인 업무를 한다고 보시면 돼요. 원재료 구매, 관리부터 메뉴 개발, 인사 관리까지 다양하게 수행하고 있어요. 최근 커피 원두 값이 많이 올라 걱정이 큰 것 말고는 너무 만족하고 있어요.
현재 향은 총 12분의 시니어분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처음에는 서로 어색해했어요. 하지만 향에서 진행하는 커피박을 이용한 업사이클링 강연, 단체 주문 처리 등 여러 가지 행사를 함께 하고 나서 전보다 훨씬 친해진 상태예요. 어르신들과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어서 매출과 인건비에 대해서 특히 신경 쓰고 있어요. 꽤 어렵더라고요.
앞에서 말씀드린, 업무에 만족한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에요. 향만 관리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간혹 일이 많다고 느낄 때는 있지만 팀원들과 시니어 어르신분들의 도움으로 정말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문제없이 한 달을 마무리할 때나, 제가 지원한 공모 사업이 됐을 때는 특히 좋았어요. 향에서 11월쯤에 전시를 예정 중인데 그것마저 잘 마무리된다면 올해는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도봉시니어클럽, 최고예요!👍
제가 일을 즐겁고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이유는 도봉시니어클럽이라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전에 있던 복지관에서 경험하지 못한 훌륭한 팀원이 있거든요. 특히 리더분들께 많이 배우고 있어요. 자기가 책임진다며 하고 싶은 거 하라는 리더를 만난 걸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더니 엄청 부러워하더라고요. 그런 곳이 세상에 존재하냐며. (웃음)
저희 팀은 서로 도와주는 문화가 많았어요. 아직 제가 얼마 안 되기도 했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특히 더 도우려는 문화가 있는 듯해요. 도움이 필요하다 싶으면 개인이 요청하기보다 시스템을 구축해주시죠. 그렇기 때문에 편하게 도움도 요청하고, 지속적으로 신뢰 관계를 쌓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도봉으로 보면 안타까운 게 없는 건 아니에요. 저희 센터에서 책임지고 있는 어르신 분들은 약 1,500명 정도예요. 하지만 여전히 대기자가 많아요. 단순 경제 활동을 위해서 보다 어르신들의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위해서라도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일을 하지 못하시면 집에서만 생활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일을 핑계 삼아서라도 밖으로 나오실 수 있게 되길 바라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참 안타까워요.
안녕하세요, 박지은입니다
저는 차분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사회복지와 잘 어울리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당장은 제가 뭘 잘하는지 고민은 하지만 이 부분은 평생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다만, 먼 미래보다 당장 1, 2년 뒤에 저를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은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전문성을 위주로 역량 강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결국 잘 먹고 잘 살고 싶어서 그렇지만요. (웃음)
이렇게 말은 하지만, 여전히 맛집이나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을 즐길 거예요. 도시클의 점심시간은 그래서 좋아해요. 제 또래가 많아 메뉴 선정에 진심이거든요. 도봉에도 꽤 맛집이 많아요. 여러분에게 '햇살'이라는 카레집을 당당하게 추천해드릴 수 있어요. (웃음) 도봉에서 생활을 한지 이제 1년도 안됐지만 모두들 자주 만나 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이유로 만나게 될 분들이 있겠지만 언제나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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