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오경희 | 에디터
도봉에는 금손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공방부터 도봉 곳곳에서 열리는 플리마켓까지 정말 다양한 수공예품이 도봉에 있는 걸 새삼 깨달아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수공예품 마켓을 열어오면서 작가 양성 교육까지 척척 진행해 온 팀이 있다는 거 아셨나요? 오늘은 아동복 매장에서 시작해 수공예 작가 양성 교육을 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마마스드림의 김상미 대표를 만났어요.
모든 엄마들에게 하나씩 재주가 있더라
마마스드림의 시작은 처음부터 수공예 작가를 양성하거나, 마켓을 주최하지 않았어요. 흥미롭게도 그 시작은 아동복 매장이에요. 아동복 매장을 열기 전에 김상미 대표는 경력단절여성이었어요. 결혼을 하고 경력이 단절된 흔한 경우였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처음부터 공방을 운영할 생각도 없었어요. 시작은 참 단순했어요. 김 대표가 매장에 손님으로 온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무엇을 했던 분인지가 궁금했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들 많은 재주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많은 엄마들이 수공예 자격증을 보유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판을 깔아주기로 합니다. 마침 매장은 생각보다 큰 공간을 구한 탓에 구상했던 것을 채우고도 유휴공간이 있었거든요. 이 공간을 활용해서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게 돼요.
그런데 처음에는 다들 '내가 누굴 가르쳐'하는 마음에 거절을 했어요. 그래서 그들의 시작을 독려했죠. 나중이 되니 본인이 초중급 코스를 기획하며 직접 커리큘럼을 준비해 오셨어요. 수업이 진행될수록 강사의 역량 성장이 느껴질 정도로 좋은 시간들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이제 팔아야겠는데?"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매장에서 마켓을 열었죠. 처음에는 벼룩장터처럼 중고도 팔고, 전문셀러를 초대하기도 했어요.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더니 점차 금손들까지 함께하는 마켓으로 발전하게 됐죠. 지금 생각해 보면 '옆집 엄마'로 만났기 때문에 서로 상생이 되는 관계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서로 셀러이자 구매자가 되기도 하고 정확하지만 따뜻한 피드백을 주면서 함께 발전하는 구조를 갖추니 마켓이 잘 됐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문제는 수공예 작가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운영진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었다는 거예요. 작가분들이 요청하는 것들을 처리하기에 부담이 생기는 시점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로 하죠. 공방과 원데이클래스 장소로의 역할을 우선시하다 주객 전도된 아동복 매장을 방학문화예술거리(이하 방예리)로 옮겼어요. 그곳에서도 운영위원회부터 상인회를 소집하면서 많은 역할을 감당했어요. 그래도 개인사업자라는 틀에서 벗어날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옷가게를 그만두기로 해요. 방예리에서 베이커리를 하던 친구를 지금의 마마스드림 공간으로 데리고 왔어요. 공방과 베이커리가 충분히 시너지가 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주강사를 하지 않아요. 언제나 멍석만 깔아줬어요. 어쩌면 도봉의 많은 작가들에게는 판을 깔아줄 사람과 공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 공간이 마마스드림이 된거죠. 마마스드림 초창기에는 다양한 것을 갖고 있고 판매할 수 있는 문화센터가 되길 바랐어요. 문화센터에서는 자격증을 따기 위한 수업을 진행하지만, 마마스드림은 판매를 위한 수업을 해요. 그래서 강사 라인업도 직접 상품을 판매하시는 분들이죠. 그래서인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빠듯한 수업 스케줄에도 모집인원이 항상 꽉 찼어요. 감사하게 모집에 어려움이 없었죠.
코로나 때 오히려 바빴어요
그렇게 18년도부터 진행했던 마켓과 교육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죠. 그러면서 외부 행사까지 진행했으니 손발이 부족했어요. 운영진끼리는 내년에 대박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20년에 코로나가 등장했습니다. 공간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오프라인에서 마켓을 진행하던 저희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었죠. 가만히 있을 수만 없어 평소 수강신청을 받고 있던 온라인 카페를 이용해서 2달에 한 번씩 온라인 마켓을 열었어요. 반응이 좋았어요. 구매자와 판매자가 온라인으로 거래를 하고 '마마스 라이더'라고 하는 운영진이 물품을 수집해 각 집 문고리에 걸어두는 방식으로 배달을 했어요.
온라인 마켓뿐만 아니라, 집에만 있는 부모와 아이를 위해 과학 세트, 베이킹 세트, 다유기 키우기 등 다양한 키트를 개발했어요.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이때 키트를 구매한 사람들이 카페에 후기 작성해 주면서 점차 구매자가 늘어나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관공서 등에 키트를 대량으로 납품하기도 했죠. 키트를 만들면서 사용법을 알려주기 위해 처음 영상을 편집하며 헤맸던 기억이 납니다. (웃음). 사경센터의 도움으로 21년도에는 사경센터 안에서 오프라인 마켓도 열 수 있었죠. 여전히 코로나 기간이었지만 당시 센터장님과 매니저분들의 도움으로 진행할 수 있었어요. 야외에서 진행하는 마켓 특성상 정확한 유동인구 대비 매출 등과 같은 데이터를 얻을 수 없어요. 그런데 코로나 당시 입출입을 위한 QR를 통해서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이때 얻은 데이터는 지금도 활용할 정도로 값진 자료죠.
그래서 저희 팀은 코로나 때 더욱 바빴어요. 특히 이 기간에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돌파구를 찾는 시간이었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지역에서 함께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지역 네트워킹의 힘을 경험할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죠.
없어진 마켓 공간
올해 1월 도봉사회적경제협력센터(이하 사경센터)가 없어지면서 갈 곳이 없어졌어요. 항상 마켓을 진행하던 공간이었는데 1월부터 당장 마켓을 진행할 공간이 사라지게 된 거죠. 혹자는 "한 달 정도 안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쉽게 말하곤 하지만, 그럴 수 없어요. 마켓 셀러분들은 단 하루를 위해 한 달 동안 제품을 제작해요. 그런 분들에게 장소를 못 구했다고 책임감 없이 말할 수 없었어요. 감사하게 청년미래과의 도움으로 올해 2월부터 창동역에서 마켓을 진행하고 있어요.
마켓 운영을 오래해서 많은 노하우들이 쌓였어요. 그중에 하나는 유통 제품을 금지하는 것과 마켓 품목을 제한하는 거죠. 마켓이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상생 구조를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운영진이 마켓 첫 참가여부, 매출, 품목 등을 파악해서 자리를 배치하고, 컨설팅을 진행해요. 또 셀러분들은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곳이 필요해요. 그래서 운영진이 마켓 안에 아동체험부스를 운영하죠. 아이들 수준이 높아 매달 다른 것을 선보여야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돈을 받고 진행하는 체험이기 때문에 대충 할 수 없어요. 그만큼 높은 퀄리티의 체험부스를 기획하는데 고민하고 있어요.
예전 아동복 매장 때를 되돌아보면 저는 소박하게 도봉에서 돈을 조금 벌면서 엄마들과 친해지고 싶었어요. 그렇게 친해진 엄마들과 이야기해 보니 다들 대단한 작가였던 거죠. 지금은 '엄마들에게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예요. 그래서 최근에 더 많은 셀러 양성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최근에는 서초구와 협업할 일이 많아 그 지역을 자주 방문하면서 도봉 안에 금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수공예를 하기에 너무 좋은 환경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또 저희 같은 아기 기업을 초반에 더스티치, 목화송이 등과 같은 어른 기업들이 많이 챙겨줬었어요. 최근에는 안녕상점과도 친해졌죠. 안녕상점에서 저희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됐어요. 다시 한번 지역 네트워크의 힘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저희도 도봉에서 다른 신생팀을 이끌어 줄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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