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오경희 | 에디터

도봉에는 정말 금손이 많은가 봐요. 이번에도 금손을 만나게 됐거든요. 이번에는 정말 오래된 팀을 만나고 왔는데요. 바로, 많은 도봉의 활동가들이 사회적경제기업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실 목화송이 협동조합 한경아 대표님을 만났어요. 3년 전에 새로 이사한 사무실에는 아침부터 팀원들이 분주한 손길로 제품을 만드느라 바쁘더라고요. 목화송이의 제품들이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실감하게 되더라고요. 도봉에 이렇게 오래된 목화송이 협동조합을 여전히 모르는 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또 코로나 이후에 목화송이는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인터뷰해 봤어요.


이거 진짜 좋던데 왜 안 만들어주지?

목화송이 협동조합의 시작은 2006년이에요. 면생리대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면생리대를 처음 접하고 만들어서 직접 만들어서 사용해 보니 건강에도 좋고, 환경 문제도 해소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한살림 조합원으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었어요. 그런데 대차게 거절당했죠. 소수의 조합원이 내는 의견을 다 들어주기 어렵다는 게 한살림의 답변이었어요. 그래서 아쉬움을 갖고 있던 때에 '워커즈 콜렉티브(Worker's collective) 운동'을 알게 됐어요. 1830년대 프랑스에서 시작된 오랜 운동이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죠. 쉽게 말하면, 각자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서 판매하는 거예요. 그래서 한살림 조합원 몇 명이 모여 면생리대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다들 반신반의도 아니었어요. 대부분이 부정적이었죠. 워커즈 콜렉티브가 뭔지도 몰랐고, 돈도 벌지 못하는데 심지어 출자금을 내라고 하니 조금 당황스러웠을 거예요. 초기에는 제작 공간도 별로 없어서 지하 공간을 매달 3만 원씩 모아서 빌렸어요. 모이는 것 자체가 일이었던 시절이죠. 면생리대를 보급할 목적으로 시작했던 팀은 어느새 사회적기업이자 마을기업이 되었어요. 당시 받았던 교육을 통해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해서 주민을 채용하고 함께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가 생겼죠. 현재는 총 14명이 함께하고 있어요. 지금은 일자리뿐만 아니라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주는 다회용품을 제작하여 판매한 수익금 일부를 지역 사회의 환원하고 있어요.

목화송이 협동조합의 시작을 알려주고 있는 한경아 대표.

목화송이의 길이 탄탄대로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면생리대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식약처의 허가가 필요했어요. 처음에는 그냥 만들면 되겠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예요. 식약처가 허가해 준 공간에서 정기점검과 벌레 관리 등 매우 까다로운 관리를 받아야 해요. 지금은 면생리대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수익이 나고 있기도 하고, 다양한 업체에서 면생리대를 제작하고 있죠. 그래도 목화송이가 면생리대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의 시작이었기 때문이에요. 현재는 제2의 면생리대가 될 다회용 요실금 팬티를 만들어서 시장의 반응을 보고 있어요.


코로나, 온라인을 준비하는 계기

목화송이는 주로 오프라인으로 제품 판매를 했던 팀이에요. 그런데 모두들 힘들었던 코로나19가 오게 되면서 매출의 30%가 뚝 떨어졌어요. 쉽지 않았죠. 반나절씩 나눠서 일을 하면서 버티기를 시작했죠.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2년이나 걸렸으니까요. 가만히 있을 수만 없어서 제품을 개발했어요.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기회가 올 것을 준비했어요. 최근에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원단을 사용하여 가방이나 파우치를 개발했어요. 반응이 꽤 좋아요.

외주 디자이너에게 제품 디자인을 의뢰하기에는 비싸서 주로 직접 개발해요. 직접 디자인 박람회나 섬유 박람회를 쫓아다니면서 원단 등을 구매하죠. 최근 가방, 파우치 제품에 사용하고 있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 원단 등도 빠르게 알아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디자인 레퍼런스를 참고하여 만들어 봐요. 목화송이가 이렇게 직접 만들 수 있는 건 사무실에 제작실이 있기 때문에 시험 삼아 만들어보고 수정하는 작업을 빠르게 해 볼 수 있다는 거죠.

목화송이 협동조합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원단을 이용한 파우치와 로고.

제품을 다양하게 개발해도 판매할 수 없다는 건 문제였어요. 오프라인으로 판매하지 못하니 급하게 온라인 홈페이지(목화송이 협동조합 홈페이지)를 이용하여 제품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게 했어요. 저희 내부에는 온라인을 담당할 전문가가 없었어요. 그래서 올초부터 전문가를 섭외해서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블로그, 인스타그램도 함께 전개하고 있어요. 다행히 최근에는 오프라인 판매도 활성화되면서 매출도 다시 오르고 있는 상태예요.

지금은 가득찬 목화송이의 일정들.


삶의 터전, 도봉

여전히 도봉이 목화송이의 삶의 터전이라고 말하는 한경아 대표.

시작이 한살림 조합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도봉을 위해 환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많아요. 매출이 나면 일부를 매월 지역에 돌봄, 아동 등에게 기부하고 있어요. 도봉은 저를 포함한 직원 대부분이 도봉구민이에요. 말 그대로 삶의 터전이죠. 그렇기 때문에 대체로 도봉에 환원을 하고 있죠. 최근에는 한살림 쌍문 매장과 연계해서 면패드를 판매했어요. 판매에서 나오는 수수료 25%를 수해 지원금으로 사용하기도 했죠.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저희도 한살림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에요. 선배 기업이 된 지금 후배 기업에게 어떤 걸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저희는 특별한 지원사업이 있지 않는 이상은 할인을 잘하지 않아요. 처음이랑 똑같이 환경과 관련된 튼튼한 바느질 제품을 만들어서 착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기업이고 싶으니까요. 가격에서 타협하면 포기하게 되는 부분이 생기게 되죠. 누군가가 저희 이름을 들었을 때 "목화송이 제품이면 좋지!"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저희의 꿈은 목화송이의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는 것이에요. 아무래도 소비하는 연령층이 온라인 보다 오프라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종종 매장이 어디 있는지 문의하세요. 하지만 모든 제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 없어서 안타까워요. 다른 지역에서 팝업을 열었을 때도 외국인들이 좋아해서 다양한 지역을 알아보고 있어요. 부디 꿈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참으로 어려운 시기예요. 우리가 함께 견뎌낼 수 있길 바라요. 이익이 나면 환원하고 있으니 구민들이 이 또한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목화송이를 애용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홍보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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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목화송이 제품을 '스토어 36.5'에서 할인(20%가량)하고 있어요. 사회적기업진흥원 지원금 덕분에 할인할 수 있었는데요. 지금은 지원금이 빠르게 소진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하네요. 사이트 검색창에 [ 목화송이 협동조합 ]을 검새하면 됩니다. 한 번씩 구경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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