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부터 ‘협치’와 관련된 민관협력의 노력이 꾸준히 있었는데요, 활동경험을 토대로 민관협치가 잘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20년 전, 10년 전에 비하면 많은 소통을 하고 있고 협의조정의 양과 영역도 꽤 많이 확대되었다.
그럼에도 시민영역에서 볼 땐 민관협치의 외연만 협의와 조정의 형태를 띨 뿐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미 결정된 사항을 그대로 이행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할 수도 있다.
어느 위치, 어느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잘 된다’ ‘안 된다’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러나 그 전에 비해서 많은 소통과 협의를 하고 있다. 그리고 더 많은 영역에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고 목소리 낼 기회도 더 확대됐다.
복지관에서 고민하는 지점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들은 어떤 형태로든 목소리를 내지만 그렇지 못한 위치에 있는 분들은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다.
왜냐하면 이런 분들은 정보에서 소외돼있거나 생계의 어려움으로 참여할 기회가 없다. 결국 이런 분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소외돼있다.
이 분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전달하고 조정할 것인가에 대한 역할이 복지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복지관은 기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입장을 어떻게 대변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어떤 방법으로 취합하고 대변하고 계신가요?
주민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고, 설문조사를 통해 질문을 던지고 동시에 질문지를 통해 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캠페인을 나가거나 당사자 모임을 통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한다. 이 과정 안에서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지역주민의 의견이나 욕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는 있나요?
통로보다는 가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복지관에서 참여하고 있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복지영역과 사회보장제도영역에 대한 협의와 조정을 많이 한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지역의 사회보장 활동을 수행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단체 및 시설의 실무자와 사회보장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참여한다.
영역별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채택된 내용을 정책에 담아 차기년도 사업에서 풀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자치구의 논의기구로써 역할을 한다. 이는 이미 제도화돼있기 때문에 사실상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는 부분이다.
복지관은 취약한 영역이나 소외계층에 대한 대변을 많이 하려고 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체계와 그들의 삶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함께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정책제안과 그에 적합한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청년모임의 경우 함께 지역조사를 하고 도출된 결과물을 가지고 설명회와 간담회를 통해 정책제안을 하고 있다.
복지관의 경우 작년에 토론회를 통해 정책제안의 장을 마련하고 정책제안서를 만들어 청장님께 전달하는 등의 과정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정책제안이 반영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7,8년 전에 냈던 정책제안서를 보니 현재기준으로 봤을 때 열 댓 개 중에 몇 개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반영된 상태이다.이는 우리가 제안해서라기보다 지역사회의 흐름과 움직임이었기 때문에 지역의 다양한 영역에서 반영이 돼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구에서 의지를 가지고 반영한 지점도 있었겠지만 시대적 흐름이나 국가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진행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다양하게 진행된 것 같다.
우리의 제안이 정책에 몇 개가 반영됐고 안됐고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들이 훨씬 더 필요한 것 같다.
❍ 중요한 말씀을 해주신 것 같다. 변화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지면 기적과 같은 일이다. 이렇게 꾸준히 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진행 중인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7,8년 전의 제안서는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주민을 만나서 대화하고 그 과정에서 제안을 받게 된다. 그리고 다른 기관과 현장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보면 내용이 만들어진다.
제안서는 어느 때는 서원복지관 중심으로 제안을 하게 되고 어느 때는 도봉구 사회복지기관의 이름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성격에 따라서는 시민사회영역과 함께 제안하기도 한다. 하나의 형태나 하나의 구조는 없는 것 같다. 다양한 형태와 방법으로 제안된다.
❍ 현재 함께하는 네트워크는 어떤 곳이 있나요?
도봉시민사회네트워크, 사회적경제영역과 도봉이어서, 민우회, 한살림, 도봉시민회, 각 동 주민자치회, 각 동에 있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주민모임, 이음네트워크 등 지역활동과 관련이 있는 영역과 밀접한 네트워크를 하려고 노력한다.
초창기부터 복지관의 자산은 지역사회의 자산으로 남고 활용돼야한다는 취지가 있었다. 때문에 복지관의 공간대여, 인력지원, 물품대행 등 지역과 단체 활동을 위해 꾸준히 내어주는 과정을 이행하고 있다.
❍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은 도봉구에서 꽤 유명한 것 같다. 역량 있는 복지사 분들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방학동에서 규모 있는 단체로 돼있기는 하다.(웃음)
기관마다 특성이 다르고 잘 하는 부분이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잘하려고 애는 쓰고 있다.
도봉구에 종합사회복지관이 세 곳이 있다. 14개동을 세 기관이 관리한다. 그러다보니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
주민센터는 동별로 하나씩 설치운영 되고 있다. 주민센터가 한 개의 동을 관리하는데 비해 복지관은 한 개의 기관이 5개 동을 관리하고 있다. 주민센터 보다 세세한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활동인원에 비해 관리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파견되는 인력이 늘 부족하다. 그런 지점이 어렵다.
그래서 종합사회복지관은 사업유형별로 사례관리기능과 서비스제공기능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재조직을 했다.
보건복지부가 사업에 담아놓은 형식을 우리의 지역 환경에 맞게 형태를 조금 변환해서 사업에 반영하고 있다.
방학1동 주민을 전담해서 소통하는 방학1동팀과 2동팀 그리고 쌍문동·방학3동팀 이렇게 세 팀으로 나누어서 해당 동을 전담해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동으로 나가서 직접 주민을 만나다보니 그 분들의 사연들을 세세하게 알게 된다. 막연하게 ‘어려운 분이 있으니 도와주세요' 가 아니라 '방학1동에 이런 분들이 있으니 와서 도와주세요' 라는 동중심의 구체적 실천들이 가능해졌다. 동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찾고 조정하고 연계하는 역할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
❍ 동주민센터와 종합사회복지관이 하는 일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주민센터는 행정기관이고 2015년부터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를 통해 기존 일반 행정 중심의 동주민센터에서 주민복지와 마을공동체 중심의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찾동 안에 복지영역, 주민모임영역(축제를 비롯해서)들이 탑재되면서 규모가 더 커졌다.
복지관에서 하던 업무를 찾동에서 하게 되면서 많은 분들이 복지관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과 복지관의 존폐에 대한 염려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관은 찾동이 지역사회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주민센터와 복지관이 같은 일을 하더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고 손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다. 그런 영역을 발굴하고 이러한 부분이 개선되고 지원될 수 있은 체계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주민센터가 복지의 업무를 한다고 해서 복지관이 일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주민센터에서 하는 사례들을 제외하고 다른 역할을 하면 된다.
주민센터가 하지 않던 일을 하게 됐기 때문에 그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기관이 협력 조정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함께 하는 일이 많아졌다.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방문했을 때 기관의 서비스와 주민센터의 서비스를 공유하고 각각의 역할을 진행했다.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자원이 더 커지고 확대된 것이다.
전에는 도움 받지 못했던 부분들이 체계가 커지면서 도움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고 생각하면 된다.
주민모임의 경우 예전에는 일반주민모임이 많았다. 모임별 활동에 관심이 있고 지역문제해결에 관심 있는 분들의 모임을 주로 진행했다. 사실 이런 모임은 지금 여러 영역에서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기관에서는 현재 저소득층의 당사자 주민모임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취약한 부분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모임을 구성하기도 하고, 필요한 욕구를 소소하게 채울 수 있도록 하는 모임들, 한글공부방 그리고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분들과 함께 하는 모임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이모임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지역행사나 축제에 참여해서 부스를 운영하신다.
어르신들의 모임은 수제청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재료비를 마련해 다시 수제청을 만들어 지역카페 같은 곳에 판매를 시도한다.
중장년층 아버님들 모임의 경우 아버님들이 경제적, 정신적, 신체적, 정서적으로 많이 위축된 분들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시도하기가 어려운 분들이다.
하지만 꾸준히 모임을 가지면서 ‘고향 찾기’ 활동을 함께 진행했고 자신의 발자취를 찾아 여행을 했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더러는 내려놓으면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가는 과정을 스스로 밟게 됐다.
이를 통해 지역축제에 참여하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섰고 지역축제에서 부스를 운영했다.
이 과정을 통해 개인이 지역사회와 연결되고 평가회에도 참석하시면서 지역사회참여 기회를 넓혀갔다. 기관에서 이러한 활동의 기회를 많이 마련하려고 노력중이다.
❍ 기관이 행정과 중첩되는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문제인식이 지역사회에서도 공공연하게 회자돼왔다. 이러한 부분의 해결책이 있는가?
찾동과 가장 주요하게 나누었던 이야기가 중복과 누락에 대한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 가였다. 복지관과 주민센터 그리고 구청이 만나서 그동안 엄청난 회의를 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고민을 꾸준히 회의를 통해 이야기하고 조정하면서 바꾸어가고 있다.
❍ 기관과 행정이 함께 노력하면서 지역복지혜택이 필요한 분들께 구석구석 균등하게 잘 전달되면 좋겠다.
홍보나 캠페인이 직접적인 역할이 아니라고 하지만 홍보와 캠페인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지역주민이 모르기 때문에 알리는 역할이 필요하다. 돈을 많이 투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주민만나기’로 지역에 나가서 주민 한분 한분을 만나고 정보를 알려드린다.
놀이터와 같은 공공장소에 가서 지역주민께 이웃에 많은 홍보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다양한 형태로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 부장 서민영
❍ 20년 가까이 사회복지영역에서 활동하시면서 크게 변화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복지영역의 큰 변화는 있었다. 우선 사회보장제도와 사회서비스제도의 확대이다.
처음 복지관에서 일할 당시 장기요양제도가 없었다. 지금은 건강보험의 항목으로 들어가 있다.
당시 복지관에서 주간보호센터가 운영돼서 치매, 뇌졸중, 편마비 환자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머물렀다. 지금의 데이케어센터의 역할을 했다.
지금은 건강보험의 장기요양제도가 안착되고 확대되면서 복지기관에서 운영하던 재가복지형태의 서비스는 축소되고 사라졌다.
현재는 개인이 요양원이나 데이케어센터를 개업해 운영할 수 있다.
복지시설에서 운영되던 서비스가 현재는 개인이 운영하는 요양원이나 데이케어센터 등으로 이관돼 운영되고 있다. 재가복지형태의 데이케어센터, 단기보호센터, 방문요양센터 등 세 유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에는 재가복지시설이 도봉구의 4개 복지관에 하나씩밖에 없었다. 한 기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인원이 최대 15명 정도이다. 4기관을 합쳐도 60명 내외이다.
지금은 얼마나 많은 분들이 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가? 이런 부분이 제도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확장되고 개선됐다고 본다.
점점 보편적 복지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실천하는 입장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주민이 마땅히 받아야할 권리로 인식전환이 되면서 복지제도도 그에 맞춰 개선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개인의 수요입장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러한 지점을 시기별로 어떻게 우선순위를 두고 갈 것인가는 계속 고민하고 노력해야하는 지점이다.
주민센터가 전에는 행정의 역할만 했다면 현재는 주민과 소통해서 마을의 활동을 결정하고 그 활동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한다.
예전에 비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많이 배려하고 반영하는 것은 확실히 변화된 지점이다.
어려운 점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당사자도 있지만 내지 못하는 당사자의 어려움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이다.
또 하나 해결되지 않은 어려움은 주거문제이다.
기관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도배장판 지원과 보증금지원 마련 등이다.
이는 임시적인 해결책이지 평생 안정된 삶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체계들이 더 많이 마련돼야한다.
공공주택의 경우도 자기능력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이시기에도 여름의 폭우로 인해 지하방에 물이 차서 전기가 계속 누전되지만 당사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 수리를 못하고 있다. 당사자는 초를 켜고 생활한다지만 저장강박증 때문에 자하에 물건이 가득 차있기에 화재의 위험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이런 주거안정문제와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해결이 아직은 각자 본인이 가진 능력만으로 해결해야한다는 점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 활동의 어려운 지점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어려움에 처해있는 당사자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야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을 때 힘들다. 물론 변화되지 않는 원인은 다양하다. 우리의 역할이 부족할 수도 있고 당사자의 의지가 부족할 수도 있다.
아니면 제도권 안의 (도움)지원체계가 당사자에게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제도적인 부분에 부딪혔을 때 많이 좌절하고 힘들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조정해서 풀 수 있을지 고민이다.
❍ 관리자로서 힘든 부분은 어떤 게 있을 까요?
해결해주고 싶은데 해결이 안 될 때 힘들다.
❍ 힘듦에도 불구하고 20년 가까이 사회복지영역에서 활동하게 되는 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용기가 부족해서 여기를 못 떠나고 있다.(웃음)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새로운 시도와 변화의 기회는 있었지만 선뜻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20년이 됐다.(웃음) 나도 모르는 사이에 20년이 됐다.
이 활동을 정리하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아직은 이것들을 내려놓을 시기는 아닌 것 같다.
“뭔가가 됐어요.” 라는 말을 듣거나 그 일로 신나하는 사람이 생길 때 활동의 에너지를 받는다. 그게 뭔가를 이루어낸 주민일 수도 있고 성과나 성공을 경험한 직원일 수도 있고 함께하는 단체의 활동가 일수도 있다.
함께하는 사람들의 성과나 성공의 경험들이 함께 동화될 때 힘이 되는 것 같다.
❍ 민관협치가 잘되려면 어떤 지점을 놓치지 말아야할까요?
행정, 기관, 단체, 주민 모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서로 공유하고 노하우가 잘 전수되면 좋겠다. 자원이 각자의 것으로 남아 있다 보니 지역사회에 환류 되거나 활용되지 못하는 것 같다. 각자의 자원이 지역전체의 자원이 되고 활용될 수 있는 구조가 잘 마련됐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많이 알고 공유되고 전달돼야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기관에 있다 보면 사람과 관련된 많은 질문을 받는다.
“이런 것을 하려고 하는데 누구를 만나면 좋을까?”
“이런 것에 관심 있는 사람이 누구인 것 같아?”
“이런 것 할 수 있는 사람 있으면 추천해줘”
이와 같은 문의를 지역주민이나 직원이나 지역단체 그리고 공공으로부터 많이 받는다.
비록 내가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더라도 이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해주고 전달해줄 수 있는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는 구조면 좋겠다.
각 기관이나 행정 안에서의 인수인계가 아니라 마을 전체를 인수인계하는 과정들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 정보공유가 평등해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그래도 정보공유가 어느 정도 잘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알고 있는 사람만 알고 있다. 거기에서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거기까지는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결국 지역사회에 뛰어들어 계속해서 만나야하는 것 같다. 만나야 정보가 생기고 연계가 되고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여러 층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것이 필요하다.
❍ 도봉구시민협력플랫폼에 바라는 기대가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오프라인을 넘어서 지역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가 잘 공유되고 확인됐으면 좋겠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도봉구와 관련된 정보가 공유되고 도봉구를 통으로 볼 수 있게 아카이빙을 잘 해주시면 좋겠다.
정부산하기관에서 근무하며, 지역문화를 비롯해 문화영역에 대한 정책수립, 계획, 진행 및 평가까지 문화행정 전반에 관련된 일을 했다. 주로 지역의 문화정책을 수립하거나, 문화콘텐츠 자원을 발굴하고 축제를 기획하는 등의 업무를 했다. 결혼 후 육아를 하면서 지역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됐고 지역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도봉문화재단에 지원하게 됐다.
❍ 정부산하기관에서의 활동과 중간지원조직의 활동에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관에서는 주로 연구 리서치를 하거나 전문가나 조직을 대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
지역 안에서 활동가로서 활동한 경험은 없다. 그러나 도봉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지역의 여러 상황을 활동가 분들을 통해 전해 듣고 파악하고 있다.
다양한 정책과 사업, 그리고 다양한 주체들의 활동들이 지역에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관찰도 하고 직접 진행도 하고 있다.
중간지원조직이 어떤 역할을 해야 지역 활동이 활성화될지 늘 고민이다. 관과 민을 잘 연결하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 문화 사업팀에서 하고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도봉문화재단에서 하고 있는 사업은 다양한 영역이 있다. 그중에서도 문화사업팀은 크게 세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역의 주민, 기획자, 예술가가 연결하여 진행되는 지역문화사업, 도봉산페스티벌 등 축제행사운영, 그리고 간송옛집, 김수영문학관, 함석헌기념관과 같이 문화공간을 운영한다.
지역문화진흥사업을 통해 문화기획자를 양성 하고, 지역의 자원과 지역주민, 활동가와 연결하여 다양한 프로젝트 진행한다.
도봉지역과 공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봉쓰담> 이라는 작은 책자도 만들고 있다.
❍ 문화사업팀은 평화문화진지와 같은 문화적 공간을 정립하는 역할을 하고 있나요?
정립한다기보다 평화문화진지, 무중력지대 도봉, 구민청과 같이 새롭게 조성된 경우, 각각의 공간이 가진 방향과 특성에 맞게 공간을 기획하고 각 공간이 원활이 운영될 수 있도록 새롭게 조직이나 운영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추진해 왔다.
함석헌기념관, 간송옛집, 김수영문학관 등 지역에서 운영되는 공간에는 각각의 역사와 이야기가 있다.
재단이 공간을 운영한다기보다 각각의 공간이 잘 운영될 수 있게 통합적으로 지원한다고 생각하시는 게 맞을 것 같다.
공간의 고유한 특성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외부에 홍보하며 문화공간이 안정적으로 시스템화 될 수 있게 지원한다.
❍ 현재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은 몇 곳인가요?
평화문화진지, 함석헌 기념관, 김수영 문학관, 간송옛집, 무중력지대 도봉, 구민청과 구립 도서관을 운영 중이고, 여러 팀에서 나누어서 운영 중에 있다.
❍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관에서는 우리보고 민적인 입장에서 말한다고 이야기하고, 민에서는 우리를 관으로 보신다.
우리 재단은 두 개의 성격을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좋겠다.
부서마다 특성이 있지만 문화사업팀은 활동가처럼 일하지만 예산사용은 행정의 틀로 일한다.
재단은 두 가지의 언어를 잘 이해해야한다. 관과 민의 언어가 다르고 흐름이 다르다.
이 두 언어를 잘 이해해서 연결을 해야 하는데 이게 참 쉽지 않다.
중간지원조직도 여러 형태와 기능을 갖고 있다.
문화재단의 경우 문화예술영역의 중간조직이다 보니 그 해석의 폭이 더 넓다.
각각의 이해관계와 수요에 맞게 행정에 잘 안치는 작업도 수반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하는 일들에 대해 관으로부터 잘 이해받지 못할 때도 있고 민의 활동을 행정에 잘 안치기 위해 많은 설명과 이해를 시켜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재단의 강점도 있다. 담당자들이 지속성을 갖고 근무한다.
문화영역을 벗어나지 않고 일련의 과정과 이야기를 누적하고 축적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관의 경우 담당자들이 자주 바뀌는 반면 재단은 사람이 많이 바뀌지 않고 연속성을 갖고 일한다는 강점이 있다.
재단의 경우 (지역)활동을 행정 안에 잘 담을 수 있도록 방법을 찾고 고민을 많이 한다.
어떠한 요구도 되도록이면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여러 방법들을 다 찾아본다.
그래도 안 될 땐 안 된다고 말한다. 사실 이런 과정은 잘 드러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다보니
결과적으로 안 된다고 했으면 안도와줬다라는 평가만 남게 된다. 이럴 땐 아쉽다.
❍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민관협업이 잘되려면 어떤 점을 놓치지 말아야할까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재단은 지역 활동가분들을 많이 기다린다.
활동가분들과 재단의 협업지점이 꽤 많은데 재단이 잘 활용되지 못하는 것 같다.
아마도 재단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그 기능에 대한 안내가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서로 잘 모르다 보니 연결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서로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다.
예전에 도봉구 시민협력플랫폼(이하 시플) 행사에 갔을 때 들었던 생각은 시플과 어떤 것들을 함께 할 수 있을까,
어느 지점부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어떻게 접근하고 어느 지점부터 이야기를 나눠야할지 고민이 된다.
일을 함께 시작하려면 먼저 개인적인 관계가 있는 상태에서 일이 시작돼야하나 하는 고민이 들었다.
나의 경우 지역 활동경험이 없다보니 지역 활동가분들과 어떻게 일을 시작해야할지 참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서로가 처음 시작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해결되면 잘 해결될 것 같다.
❍ 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사업주체는 어떻게 모집이 되고 있나요?
주체는 사업의 성격 및 방향에 따라 다르다.
전문예술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과 생활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 대상에 맞춰 모집공고도 하고 기존에 활동하신 분을 소개받기도 한다.
지역문화는 개인, 단체, 기획자, 예술가, 공간이 서로 연결되고 구성돼야한다.
도봉지역에 기획자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도봉지역에 기획자분들이 있긴 하겠지만 우리 팀과의 접점이나 긴밀한 협력이 없다보니 사업으로 연결되지 않는 한계가 존재한다.
현재 3년째 기획자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기획주체를 새롭게 발굴하는 양성과정이다.
단순교육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현장과 이론의 갭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초기 기획자들에게 실험적 프로그램을 해보실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개인주체나 단체들이 기획자로 등장하고 발굴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역 분들을 많이 만나고 이야기도 많이 해야 하는데 지역분 만나기가 참 어렵다.
재단의 문턱이 낮은데 높게 인식이 되는 것처럼 재단도 열려있긴 하지만 지역 분들께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 저희 시민협력플랫폼의 고민과 비슷한 것 같다.
시민협력플랫폼도 열려있고 문턱이 높지 않지만 외부에서 문턱이 높게 인식된다.
그래서 지역 분들의 관심과 참여유도가 더딘 것 같다.
문화사업팀은 몸으로 뛰고 지역사람을 만나야하는 일이 많다. 그러다보니 지역 활동가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시플과 비슷한 고민지점이 있는 것 같다.
역할에 대한 고민과 지역을 위해서 어떤 것들을 더 해야 하는지 이런 고민지점이 비슷한 것 같다.
❍ 지역예술가 분들이 지역에서 단기적인 활동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게 활동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보고 있다.
일차적으로 어떤 분들이 지역에 계신지 확인하고 모임을 만들었다.
모임을 통해 의견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툴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코로나19와 관련해서 문화예술가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실태와 대처방안을 찾아보기도 했다.
문화예술가들이 지역에 많다고 하는데 실제적으로 주체로 등장하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지역에 어떤 예술가분들이 있는지 계속해서 조사하고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이분들의 정보를 DB로 만들고 플랫폼에 등록해서 추후 프로젝트가 있을 때 이 분들을 추천하거나 소개하는 방식으로 연결해드린다.
초기 진입 예술가분들은 프로필이 없는 경우가 많다. 프로필제작과 함께 홍보지원을 하고 있다.
도봉지역은 거주하는 예술인들에 비해 활동할 공간이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각각의 예술인들은 도봉지역을 활동공간으로 보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물론 지역에서 활동하고 계신 일부 예술가분들도 있지만 활동하지 않는 예술가분들이 지역에 더 많을 것이다.
이러한 실태를 파악해서 활동하지 않는 예술가분들이 필요한 니즈를 파악해고 그에 적합한 환경을 마련하려고 노력중이다.
예술가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자 한다.
사실 도봉문화재단이 문화예술가분들의 생존을 책임지는 것은 어렵다.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은 국가단위의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광역단위의 서울문화재단이 있고,
도봉문화재단과 같이 지자체 산하 기초문화재단 등이 있다. 이런 다양한 문화예술기관 안에서 각각의 역할이 분담돼있다.
도봉문화재단의 경우 시민문화예술향유나 생활문화예술을 통한 문화 복지확대에 좀 더 방점을 두고 있기는 하다.
문화예술이 개개인의 삶속에 녹아들고 주민의 삶이 풍요롭고 윤택해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예술인들의 개인생계와 관련된 부분은 오히려 예술인복지재단 쪽에서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예술인섹터와 주민섹터의 정책들이 다르게 작동된다.
사업이든 지원체계든 각각의 여건에 맞게 세팅된다.
문화재단이 문화예술영역의 전문기관이라 하더라도 모든 것을 다 다루지는 못한다.
지역의 형태에 맞게 요구에 맞게 세팅작업을 한다.
❍ 그렇다면 지역의 전문예술가들이 재단으로부터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구조이겠네요.
어렵다기보다 지역의 전문예술가분들이 지역에 좀 더 관심을 갖게 하는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 지역 전문예술가들의 활동무대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이러한 부분을 재단에서 해결해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장소를 만들어줄 수 있다기보다 그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재단은 의견수렴기관이고 이러한 의견을 잘 담아서 행정에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지역의 실태조사와 수요조사를 통해 자료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리해서 행정에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 재단이 여러 역할이 있지만 주로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하신다고 생각하시나요?
지역에 필요한 것을 행정의 언어로 잘 정리해서 일이 실행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개인이 제안하면 민원이 되지만 이런 개인들의 목소리를 잘 모아서 공론화하고 우리 지역과 타 지역의 사례를 통해 자료를 정리해서 행정에 전달한다.
지역의 문화영역을 대변하고 지역의 문화적 욕구를 잘 정리해서 행정에 전달하는 역할과 기능을 하고 있다.
더불어 정책적으로 내려오는 사업을 지역에 맞게 적용하고 작동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단위에서 내려온 사업이 마을극장을 마련하는 것이라면 이 공간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자들을 만나
공간의 필요성부터 방향성 등 구체적인 공론화 작업을 한다. 그리고 행정에 제언을 하는 방식으로 문화정책의 기능을 한다.
지역에 필요한 것과 수요를 알리는 작업부터 결과물이 나오는 과정까지 문화영역의 전반을 아우르려고 한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문화는 천천히 흐름과 방향성을 갖고 진행되기 때문에 당장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천천히 스며드는 작업을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재단에서 공간을 건립하거나 시설을 만들 수는 없다. 그러려면 많은 예산과 추진력 그리고 거대자본이 투입돼야한다.
우리에겐 그러한 역할과 기능이 있지는 않다.
대신 공간에 대한 필요성과 각각의 공간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논의자리와 기능 폭을 넓히는 작업을 한다.
또 주민들의 문화인식을 넓히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게 지원한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의 변화가 우리에겐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 예술가분들의 고민이 다양하지만 그 중에 적합한 공간에 대한 갈급함이 공통적으로 있는 것 같은데,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술장르마다 공간의 필요부분이 다를 것이다. 사실 도봉구에 공간이 적지는 않다.
단, 분야별로 제대로 구성된 공간이 많지 않다. 말하자면 전문적인 공간이 많지 않다.
각각의 공간은 그 역할과 기능이 있고 분화돼있다. 그리고 공간의 목적과 방향성에 맞게 운영돼야한다.
그런데 가끔은 그 맥락과 지향점이 고려되지 않은 채 개인의 당사자성으로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다.
그럴 때 그에 대한 해명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없다. 이로 인해 공간이 폐쇄적이다 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 같다.
사실은 이러한 대처에는 그럴 만한 과정이나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런 앞뒤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기회가 없다보니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이 아쉽고 고민지점으로 느껴진다.
❍ 민관협치 어떻게 가능할까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저도 항상 그게 고민입니다.(웃음)
원탁구조나 거버넌스의 구성으로 계속해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재단 기준에서의 원탁구조와 시플의 원형에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협력이 잘 될 것인가는 늘 고민과제인 것 같다. 어떻게 이야기를 잘 담아서 논의구조로 가져갈지 늘 고민이다.
‘해야 한다’와 ‘하고 싶다’ 는 있지만 ‘어떻게’는 잘 모르겠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사이 오해도 받았다 풀렸다를 반복했던 것 같다.
4년 차가 되니 지역 분들의 얼굴이 낯익고 이름도 낯설지 않았다.
그렇게 천천히 지속성을 갖고 알아가는 것도 협력방법 중에 하나인 것 같다.
그리고 플랫폼에서 연락 왔을 때 매우 기뻤다.
왜냐하면 사업과 연결된 활동가 몇 분은 알고 있지만 그 외 다른 분들을 만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번 인연을 맺고 고민을 이야기하다보면 나중에 시민사회와 무언가를 함께할 때 의논할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더 생기는 것이다.
앞으로 한 분 한 분을 만나 뵙는 계기를 만들다보면 지역 안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사람과 지역을 알아가는 데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꾸준히 같은 시각으로 지역을 바라보면서 같이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같은 현상을 보고 각각 다른 주체의 입장으로 다른 해석을 서로 이야기하고 해소해가는 과정과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에서는 마을사경센터 같은 중간지원조직은 이젠 친숙할 것이다.
재단도 현재의 하는 일들이 누적되다보면 재단의 역할에 대해서도 친숙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 과정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시플의 인터뷰제안이 도움이 되셨나봅니다.(웃음)
지금 이 자리가 너무 좋다. 내가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사실 시플은 나에게 약간 미지영역이자 낯선 영역이었다.
고민지점이 비슷한 것은 지역사회와 주민이라는 우리의 대상이 같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중에 재단은 문화영역이고 플랫폼은 좀 더 포괄적인 범위를 아우르는 것 같다.
방향은 같지만 풀어가는 방법과 전개되는 방식이 다른 것 같다.
❍ 활동하시면서 의미 있게 다가오는 지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보람을 느끼는 지점은 지역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고 느낄 때와 출퇴근길에 아는 얼굴이 많이 있다고 느낄 때이다.
그리고 지역에 관한 이야기 소재가 늘어나고 지역에 대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때이다. (웃음)
예전에는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동료들이 없었는데 현재는 협업할 수 있는 주체들이 늘어나고 무언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럴 때 보람을 느낀다.
예를 들어 플랫폼에서 전화주신 것도 큰 기쁨 중에 하나이다. 그 전에는 이렇게 먼저 연락을 주신 분들이 없었다. (웃음)
대화의 주체로 받아주신 것도 감사하다.
더 나은 도봉조직위에서 만나게 될 주체 분들과 또 상의할 수 있은 자리가 있어서 좋은 것 같다.
❍ 도봉구시민협력플랫폼에 바라는 기대가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플랫폼의 틀을 지역에 안착시키고 커다란 활동으로 연결됐으면 한다.
플랫폼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유지가 돼서 그 기능과 역할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다양한 차 중에 인도의 녹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오늘같이 바람 부는 날에 어울리는 차인가보다.
벌써 몸과 마음을 노곤하게 하는 마력이 느껴진다.
▲ 동북4구 도시재생협력지원센터 입구
❍ 먼저 문화예술영역에서 활동하시다가 도시재생영역으로 활동을 확장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계기라기보다 문화도시 도봉추진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동북4구 도시재생협력지원센터에 대해 알고 있었고,
문화기획을 통한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우연히 도시재생협력지원센터장이 공석이라는 말을 듣고 지원하게 되었다.
❍ 도시재생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실 나도 잘 모른다.(웃음)
말하자면 기존의 것을 없애고 재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건축물을 리모델링해서
기존의 것을 보존·복원하는 방식이다. 거기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부흥시키는 작업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도시재개발하면 도시계획을 통한 도시공학, 건축·설계를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도시재개발의 방식은 도시를 다 파헤치고 아파트와 빌딩을 세운다.
이러한 과정에서 원주민들은 쫓겨나고 돈 있는 사람들이 이 새로운 도시를 차지하게 된다.
선주민은 배제되고 이주한 신 주민들이 이익을 독식하는 형태로 현재까지 재개발이 이루어져왔다.
이제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가 환경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해야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인식이
대두된다. 이러한 인식은 그 동안 항상 도시개발로 점철되어왔던 도시정책의 방향이 도시재생으로 옮겨가는 계기가 됐다.
❍ 센터장님께서 도시재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부산에서 노리단 활동할 당시 도시재생에 관한 여러 사례를 접했다.
예를 들면 감천문화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전국에서 모여든 피난민들과 태극도(증산도) 신자들이 판잣집 800호를 지어 집단 정착하면서 형성된다.
이후 급속한 도시개발 속에서 이 달동네는 존폐의 위기에 처하지만 젊은 여행자와 예술가들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존치라는 명제 하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감천동에 위치한 달동네는 감천문화마을로 변신하게 된다.
감천문화마을은 동학사상과 증산도의 교리에 영향을 받아 집을 지었다. 평등사상에 입각해 앞집이 뒷집의 시야를 가리지 않게 집을 지었다. 모두가 평등한 시야를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이다.
6·25가 발발하고 피난민들이 부산지역으로 물밀듯이 유입된다. 그러다보니 주택수요가 급증했고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산을 타고 마을이 형성됐다. 부산의 모든 산중턱에 집들이 있는 이유가 피난민들을 받아들이면서 산중턱에 판자촌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산중턱에 집들이 생성되면서 산동네를 연결하는 산복도로가 개통된다. 이것이 부산의 풍광이다.
하지만 해운대를 중심으로 정책적으로 부산의 강남을 만들기 위한 개발이 시작되면서 낮은 주택단지 사이에 높은 빌딩들이 들어섰다. 부산의 풍광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높게 쌓아올린 빌딩과 건물들은 미분양과 공실로 남고 부산시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었는데 당시 후쿠시마를 겪은 일본의 자본이 부산에 투자하면서 위기를 모면한다.
개발목적의 토건방식은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투기를 과열시키는 형태로 흘렀다. 그 후 문화적으로 도시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있는 것들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도시개발’에서 ‘도시재생’으로 방식이 전환된다.
도시재생은 장소를 끼고 문화기획을 하게 된다. 그 공간에 어울리는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함으로써 고유의 특성을 살리고 보존하는 방식으로 도시재생을 하게 된다. 부평깡통시장이나 야시장 등이 일례라고 할 수 있다.
도시재생이라고 함은 낡은 것을 싹 밀어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낡은 공간 혹은 옛 공간을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공간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도시재생은 지역주민의 참여와 애정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마중물의 역할은 문화예술이 담당한다.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지역에 몇 개의 문화앵커시설과 공유지가 필요하다. 그 공유지에는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문화기획자와 예술가 그리고 문화 활동과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에 관심 있는 지역주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도시재생에서 중요한 지점은 지역주민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참여이다.
▲ 동북4구 도시재생협력지원센터 사무실 내부(위)와 워크숍 스튜디오(아래)
❍ 동북4구 도시재생협력지원센터는 현재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동북 4구 도시재생센터가 만들어진 전사가 있다.
2008년쯤 한신대의 정건화 교수와 동북 4구(강북구, 노원구, 도봉구, 성북구)의 활동가들이 강북이 저개발 되고 베드타운화 되는 것에 대한 문제인식을 갖고 각 구의 구청장들과 함께 민관협의체를 만들어 모임을 갖는다.
강북의 도시계획을 각 구별 단위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동북권 4구가 하나의 권역으로 함께 대응한다.
이 과정에서 신경제 중심지가 들어서는 노원구와 도봉구에 비해 강북구과 성북구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동북4구의 새로운 과제가 되었다.
동북4구 도시재생협력지원센터의 역할은 현장을 지원하고 동시에 동북4구를 아우르는 개발을 통해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실 현장지원은 어렵지 않지만 동북4구 전체를 아우르는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은 큰 과제이다.
도봉의 도시재생에 있어서 아쉬운 점은 지역주민이나 시민사회와 적절한 소통을 못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재생에 대해 들어봤지만 도시재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른다.
때문에 어떻게 도시재생에 개입하고 의견을 제시해야할지 모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재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시민사회가 앞장서서 하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창동에 아레나가 만들어지면 음악 산업이 유입될 것이고, 50플러스센터와 청년주거단지가 조성되면 많은 연습생들이 이곳에 거주하게 될 것이다. 결이 다른 신주민들이 앞으로 창동에 유입될 것이다. 이들이 이곳에 사는 지역주민들과 어떤 식으로 소통할 것인가도 앞으로의 관심사이다.
지역 안에서 정보 불균형과 소통의 부재로 발생하는 문제들이 앞으로 더 가시화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잘 풀어 갈 것인가도 센터의 과제이다.
❍ 스페인 메트로폴리스-30의 경우 민관의 연합체이자 파트너로서 빌바오의 도시재생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하는데요, 한국에서는 민관이 파트너로서 협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판단하시는지요?
빌바오 사례의 경우 기본적으로 싸우고 협약하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반복돼왔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협약과 숙의과정이 충분히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였고 파트너로서 협업이 가능했다.
동북4구의 경우 충분한 신뢰가 형성되기에는 경험치가 모자랐고 행복4구 플랜이 창동상계신경제지구로 현실화되면서 4구의 협력과 균형발전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된다. 동북4구 도시재생협력지원센터는 이런 파편화된 사업들을 어떻게 전체적인 거버넌스로 함께 할 것인가를 논의 중이다.
▲ 동북4구 도시재생협력지원센터 안석희 센터장
❍ 그간의 활동경험을 토대로 민관 협치가 잘 이루어지려면 어떤 지점이 개선돼야할까요?
민과 관의 협력이 잘 이루어지려면 일차적으로 언어가 같고 소통이 돼야한다.
예를 들어 '성과' 라는 의미는 관의 입장에서는 '숫자' 이고 민의 입장에서는 '정보가 얼마나 잘 주민들에게 전달됐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변화되었는가' 이다.
성과라는 말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는 것은 처음부터 언어가 같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간비용이 발생해야한다. 함께 모여서 충분히 이야기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이해관계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한다.
나이브하게 같이 모여서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하면 안 된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료하게 만든 다음에 협상테이블을 마련해야한다.
관에서 만들어 놓은 사업에 민을 모집해서 실행하는 것은 진정한 협치가 아니다. 그저 일을 수행하는 용역에 불가하다.
진정한 협치가 이루어지려면 시민의 자발성과 시민력을 강화하면서 사업이 이루어져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섬세한 셋업과 적절한 커팅 그리고 필요한 것을 제때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세 번째로 리더십과 팔로우 십을 통한 협력적 관계성을 통해 창조적인 파트너 십으로 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민관이 파트너로서 함께 하려면 충분한 논의와 숙의의 과정으로 가능할까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느 때는 논의를 확 줄이고 결정으로 가야한다.
숙의는 매우 좋은 것이지만 때론 숙의를 넘어서는 판단들을 내려야한다.
그럴 때 결정에 대해 반기하면 안 된다. 물론 숙의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주의적 훈련과정이 필요하다.
동시에 결정해야할 때는 리더에게 위임함으로써 리더의 선택과 결정을 수용하고 지지를 보내는 리더십과 팔로우 십을 갖추는 훈련과정도 필요하다.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이러한 훈련이 안 돼 있고 관료적인 지시와 수행에 익숙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창동 신경제중심지 조성으로 인해 노점 상인들과 갈등이 있었는데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돼있는 문제들에 대해 센터 안에서 논의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대규모 사업에는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존재하고 갈등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갈등을 잘 다루면 사업에 힘이 실리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이나 우리 같은 중간지원조직들이 적절히 개입하고 무엇보다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신뢰를 쌓아야한다, 그 신뢰가 쌓인다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센터가 중점적으로 추구하게 될 사업방향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센터가 중요하게 염두에 둔 것은 창동지역의 변화에 걸맞은 몇 가지 대안을 수립하고 창동의 변화에 지역주민이나 주변의 이해당사자들이 가능한 한 서로 협력적인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동북4구가 각 구별로 구심력을 갖고 활동함과 동시에 동북4구의 공동경험을 토대로 원심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창동·상계지구에서 일어나는 사업들이 동북4구 전체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현하고 각 사업이 외화 된 형태로 모두가 실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창동·상계지구의 사업이 잘 될 수 있도록 협력지원하고 동시에 동북4구가 전체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일을 마련하는 것이다.
❍ 현재 거주민의 지역 환경뿐만 아니라 풀뿌리활동가들의 활동환경도 변화됐다. 이 변화된 환경 속에서 우리 같은 풀뿌리활동가들이 포괄적 네트워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 안석희
질문하신 최인설 대표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되물어봐야겠다.(웃음)
▰ 최인설
현재의 구조는 전문가그룹에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 그룹을 통해 그림을 그린 다음
두 개 정도의 안을 가지고 전체 회의를 통해 의견수렴 후 확인 작업을 거쳐 결정하는 구조이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의사를 결정하는 그룹이 지역에 존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정단체는 아니지만 지역에서 일어나는 이슈나 고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그룹이 존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 안석희
말씀하신 구조는 게이트와 같은 관문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내 생각엔 지역 안에 지지해줄 수 있는 관계망이 존재하면 좋을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이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고 그들이 지역 안에 잘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관계적인 지원을 하면 좋겠다.
수많은 관계망 속에서 서로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생태계의 허브와 같은 역할을 하면 좋겠다.
특정사업이나 특정이해에 걸리지 않게 잘 균형을 잡았으면 한다.
현재 우리는 변화가 심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 흐름을 막으려들지 말고 흐름을 같이 타고 가야한다.
때로는 방파제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변화의 흐름을 막는 순간 낡아갈 수도 있다.
현재의 변화는 나쁜 변화가 아니다. 막아야할 변화가 아니다.
때론 소외된다는 느낌이 저항을 만들어낸다. 그 저항은 또 다른 외면을 낳는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선순환 하는 구조를 만들어 가야한다.
너무 많은 이해관계가 얽힐 때는 이해관계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운 사람이 중심에 서고 극단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2015년까지는 워킹맘으로 생활했다. 직장만 다니다가 삶이 끝나는 것은 너무 허무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표를 냈다. 당시 아이들이 혁신학교인 도봉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것을 계기로 혁신학교를 알리는 학부모활동가로 처음 활동을 시작했다.
마침 같은 해에 도봉구는 혁신교육지구가 됐다. 주민설계마을학교에 참여하면서 혁신교육활동가 양성과정 1기 과정을 이수했다. 이 과정에서 혁신교육과 마을교육공동체, 그리고 활동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2016년에는 권역별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내기 위한 중간지원 활동을 했고, 2017년에는 교육공동체의 단위를 동별로 세분화해서 활동을 이어갔다.
혁신교육지구에서 3년 정도 활동하고 나니 내 자신이 발전하기보다 정체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2018년에는 도봉구마을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마을지원활동가로 일했다. 또한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전공분야를 살려 두빛나래 교육상담연구소에서 교육상담활동가의 일도 시작했다.
마을지원활동가로는 다양한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는 성인주민을 만났고, 교육상담활동가로는 정서적 위기를 겪고 있는 아동,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활동의 폭을 넓힌 한해였다.
❍ 동네책방을 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중학교 때 “너 뭐할래?” 하고 물으면 “서점주인하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점을 열 돈도 없었고 서점으로 먹고 살 자신도 없었다. 마을살이를 지속적으로 하려면 내가 좋아하는 일,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동네책방은 ‘서점 주인’이라는 어린 시절의 나의 꿈과 ‘마을공동체의 씨앗을 뿌려 잘 키워보고 싶다’는 활동가로서의 나의 비전을 (친)언니가 실현해준 것이다. 자본의 의미에서 보면 한푼도 보태지 않은 나는 주인이 아니고, 돈벌이가 되지 않는 동네책방은 상업공간이 아니다.
▲ 김은진 선생님
❍ 최근 책방을 개업하게 된 계기가 마을활동의 영향도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마을활동을 하면서 연결시켜주는 일을 많이 했다. 이 사람과 저 사람을 연결시키고 여기와 저기를 연계시켜서 시너지효과가 낼 수 있도록 돕는게 성과도 보이고 재미도 있었다.
활동을 하면서 갈증을 느꼈던 부분은 내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우스갯소리로 “너의 쌀을 가지고 얘의 솥에서 저 집의 불을 빌려서 떡을 만들었다면 쌀도, 솥도, 불도 나의 것이 아닌데 떡에 대한 나의 기여는 뭐냐?”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쌀만 있고 솥만 있고 불만 있는 사람을 끌어내서 떡이 되게 하는 활동이 중간지원활동가가 해야 할 일이고 매우 의미는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중간역할을 하더라도 나도 내 것을 내놓고 함께 하자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처음 마을활동을 할 당시 마을교사,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마을교사들을 몇 십 명씩 모아서 크고 작은 모임을 할 때마다 적합한 공간을 찾아 이곳 저곳에 부탁해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마을공동체 혹은 네트워크에 크고 번듯한 공간이 필수적인 것 같았고, 나에게 공간을 맡기면 굉장히 잘 운영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욕심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크고 번듯한 공간만 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들어 놓은 공간은 많지만 한쪽에서는 공간을 운영할 사람이 없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여전히 이용할 공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작지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크게 일을 벌이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규모가 커지게 되면 오가는 사람들이 더 이상 반가운 이웃으로 보이기보다는 돈으로 보일 것 같았다.
자본을 댄 언니도 혹시나 있을 손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언니와 꾸준히 동네책방 모모가 할 수 있는 마을활동에 대한 비전을 나누고 있다.
❍ 동네책방을 이곳에 마련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도봉을 좋아해서 이곳을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나 또한 도봉에서 온갖 질곡을 다 겪었고 활동가라는 이름을 붙여준 곳이기에 남다른 애정이 있고 다른 곳에서 나를 또 만드는 것보다 이곳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주거와 활동공간이 동시에 갖춰진 집을 물색했고, 이 집을 만나게 됐다.
온가족이 이사를 하고 지하공간을 언니와 내가 직접 조금씩 꾸몄다. 작년 11월 임시로 문을 열고 ‘영업시사회’라는 이름으로 이웃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의견수렴을 했다. 그리고 12월 7일에 오픈행사를 했다. 잘알고 지내던 이웃들이 축하공연을 해주고, 맛난 음식을 준비해주고, 시간을 내서 행사를 도와주고, 내 일처럼 기뻐해준 모습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 구멍가게가 매우 만족스럽다. 누구든 언제든 방문해서 책을 사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모임을 하는 등 여러 모양으로 사용가능한 공간이다.
▲ 모모책방 출입구(왼쪽)와 회의공간(오른쪽)
▲ 상담실(왼쪽)과 휴식공간(오른쪽)
❍ 공간을 이용하려면 어떻게 신청해야하나요?
현재는 주로 단체나 모임별로 신청한다. 대관이라고 해도 서류로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소통하고, 시간만 맞으면 실비 수준의 이용료만 받고 대관한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찾아와 나와 끊임없는 수다를 펼쳐놓는 이웃들도 종종 있다.
❍ 현재 책방운영 이외에 또 다른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두빛나래 사회적협동조합에서 교육상담 활동을 계속 하고 있다. 현재는 방학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책방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몇가지의 자발적인 모임들에 참여하고 있다.
❍ 운영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월~목요일은 오후 1시부터 7시이다. 어떤 분들은 운영시간이 애매한 시간대라고 말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책방을 연 이유는 나의 삶도 중요하게 지키겠다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이다.
점심 먹고 나서 문을 열고, 문 닫고 들어가서 가족과 저녁 먹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내 삶도 평온하게 지키고 삶의 균형을 맞추려는 취지이다. 그래서 토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대신 금요일과 일요일은 오후 4시에 오픈해서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마을사랑방의 역할을 하려면 늦은 시간에만 이용가능한 이웃들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식적인 영업시간 외에 사전 협의된 공간사용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 모모책방 내부공간
❍ 공간운영은 선생님 외에 또 누가 있나요?
실질적 사장님인 언니와 함께 운영한다. 각자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서로 조정해서 운영하고 있다.
마음돌봄 동네책방 모모에서 ‘마음돌봄’은 상담을 매개로 활동한다는 의미이다. 언니도, 나도 상담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1:1 상담방을 만든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독서모임은 토론보다는 주로 독서를 통한 심리상담이다.
현재 이곳을 방문하시는 이웃들은 언니를 잘 모른다. 모모를 통해 언니도 마을살이에 물들고 있다. 자신을 ‘도봉 언니’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점차 모모가 마을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면, 이용하는 주민들이 공간지기의 역할을 함께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책방이 자리를 잡고 언니가 마을에 자리잡을 때까지 당분간 내가 공간을 지킬 예정이다.
❍ 프로그램운영은 어떻게 운영하시나요?
이웃이 강사로 재능기부를 하는 ‘빨강머리 앤과 함께 하는 영어 한마디’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 20분짜리 만화영화를 보고 영어표현을 배워보는 1시간 수업이다. 애니메이션이 50편짜리라 정주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모의 월말수업’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주제도서를 한달에 한편 선정해서 읽고 매월 말일에 이야기하는 모임이다.
그 외에 전문강사를 섭외해서 클래식과 책, 그림과 책, 고사성어와 책 등 다양한 분야를 책을 매개로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 동화읽기, 잡지읽고 필사하기 등 다양한 형태의 주민 책모임도 운영할 예정이다.
❍ 홍보활동과 프로그램 참여신청은 어떻게 하나요?
무차별 홍보는 지양하고 있다. 나는 수줍은 마케팅을 선호한다.(웃음) 페이스북을 통해서 홍보하면서 ‘좋아요’ 요청도 안할 정도다. 밴드는 도봉동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두개 정도에만 올리고 있다. 대부분 참여하셨던 분들이 주변에 홍보도 하고 다시 참여도 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분들께 문자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방식을 사용할 예정이다. 단골우대라고 보면 된다. 모모에 방문하면 행사 안내를 확인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의 요청이 있어서 좀더 접근성이 좋은 SNS를 운영해야겠다는 생각 이다.
거의 모든 프로그램은 참가비 5천원이 적용된다. 참가비는 다과와 차, 음료 그리고 강사비로 지출된다. 프로그램 참여 인원은 평균 8~9명 정도 된다. 조금 더 큰 규모의 행사를 열 필요도 있어 공간 리모델링도 계획중이다.
▲ 월간 기획전시를 준비 중인 김은진 선생님
❍ 마음돌봄 동네책방 모모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알음알음 찾아오는 편안함이 있는 곳, 골목한편에 자리 잡은 곳, 늘 믿을만한 누군가가 지키고 있어서 언제든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갈 수 있는 곳, 그런 공간이 모모에서 시작해서 이 골목에 점점 펴져갔으면 한다.
앞집도 오래된 단독주택이고 지하가 비어있었다. 우리가 뚝딱뚝딱 공사를 하니 와서 보고 너무 좋은 생각이라며 자신도 지하에 음악연습실을 꾸며서 사람들과 놀아야겠다고 했다.
나중에 도봉이 이러저러한 것들 때문에 재밌고 살만하다는 말을 들었으면 한다. ‘그 시작이 모모가 책방을 열면서 시작된 거잖아’ 라는 말을 듣는 것이 꿈이다.
모두가 자리를 지키면서 감당할 수 있는 크기만큼 하다보면 동네가 살아날 것이다. 상업시설이 들어선다거나 집값이 오른다는 의미가 아니다. 골목과 이웃을 지키면서 공동체문화가 살아났으면 한다. 이것이 도시재생이라고 본다.
❍ 철학적인 질문 같지만 선생님의 삶에 가치는 무엇인가요?
선한 영향력이다. 누군가가 나의 행동을 보고 ‘저 사람이 하면 믿음이 가’, ‘저 사람이 하면 나도 하고 싶어져’라는 생각이 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실제로 했으면 좋겠다.
그게 선한 영향력이라 생각한다. 내가 큰 손해나 희생을 억지로 감당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는 게 중요하다.
❍ 활동 중에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나의 제안들이 제안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활동가의 아이디어는 그냥 아이디어로 멈춘다. 아무리 말을 해도 변화되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이제는 ‘말은 할 수 있어도 실행은 불가능한 부분들이 많은가 보다’, 혹은 ‘달라졌는데 내가 모르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잔소리 할 시간에 내가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비판도 잘 안하고 비난은 거의 안한다.(웃음)
❍ 힘듦에도 불구하고 활동의 동력이 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모든 것이 프로그램과 사업위주로 돌아가서 답답했다. ‘무엇을 할까’라고 했을 때 먼저 사업을 어떻게 구현할까를 생각한다. 물론 성과는 남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람이 남을 것인가 고민이 됐다.
이런 고민 중 최근 한 포럼을 통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한 발제자가 ‘프로그램은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는 초대장이다. 우리의 목표는 초대장이 아니라 관계를 잘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초대장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프로그램이 우리의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프로그램이 얼마나 중요한 매개인가를 잊어서도 안 된다.’는 말에 많은 공감을 했다.
나 역시도 사람과 관계를 맺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한 명이라도 더 책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서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최소한 서로 민폐는 끼치지 않은 사회를 기대한다. 여기에 내가 일정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책을 벽지로 재활용한 실내 인테리어
❍ 마을과 교육활동을 하시면 활동가들이 잊지말아야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활동가가 자신의 활동안에 가치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행정에서는 성과나 결과물이 중요할 뿐 가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가치를 잊고 사업을 수행한다는 것은 관의 하청 인력일 뿐이다. 우리는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예산이나 사업을 통해 담아내도록 노력해야한다. 그 가치가 확장되고 범위를 넓히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기도 하다.
행정의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민간의 역할인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그 말에도 일정부분 동의는 한다. 그렇다고 행정과의 연계도 없고 예산도 없이 활동하는 것은 과연 맞는 것일까? 선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팔짱끼고 비켜서 버리면 오히려 가치나 비전에는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예산을 가져가서 멋대로 사용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걱정이 든다. 마음에 안들고 싫은 부분이 있더라도 손을 놓지 말고 관계를 가져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 활동경험을 토대로 지역단체가 변화되어야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시민협력플랫폼(이하 시플)도 현재 예산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고, 협치도 사업으로 풀어가고 있다. 민관협치가 사업으로 풀어갈 문제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민민의 협력이 이렇게 돈을 쏟아 붓고 인력을 투입해서 사업을 해야 되는 상황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뚜렷한 대안이 없어 참 어렵고 조심스럽다.
물론 실무자들의 성장은 상당히 크고 그런 측면에서 새로운 민의 발견과 성장은 매우 가치 있다. 하지만 사무국에서 네트워크를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필요를 절감하면서 만나지 못하고 있는 서로를 연결해주는 착한 브로커(?)의 역할은 아직 못하고 있다.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년간 시플을 보면서 한 단계 성장했다기보다 사업의 모양만 바뀌었을 뿐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되면 네트워크가 과연 남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물론 시플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된 민간단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의미는 있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시플에 대해 모르거나 시플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로 사업이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안타까웠다.
더나은 도봉조직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분들이 자신들의 기관이나 단체에 가서 회의내용을 공유할까 라는 생각을 한다. 초창기 두빛나래의 일원으로 시플회의에 참석했을 때 나는 회의내용을 우리 기관에 공유하지 않았다. 다른 참여단체들은 시플을 자신들에게 필요한 사업으로 생각할까? 시플을 민간연대체로 염두하고 회의내용을 보고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 외에 시플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모른다면 함께하는 사업이 아니다. 이는 개별사업이다. 한 명의 개인 활동이고 과외활동인 것이다. 서로 연계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도봉구시민협력플랫폼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10월 이후에도 남아있었으면 한다.
사업이 끝났다고 해서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읽은 책에 ‘물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에 이름을 붙여 물화함으로써 실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시플은 그 물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별로 없다.